나름대로 문화 생활 67

살인범 K씨 - 5.

자정이 가까워져서인지, 슬슬 손님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조금은 멍-하게 노래를 흥얼흥얼거리며 차를 몰던 신혁은 길가에 멈춰섰다. 잠시 차 밖으로 나가서 바람이라도 맞으며 정신을 차려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아아, 피곤하네. 오늘은 슬슬 집에 들어갈까." 이미 평소에 벌던 것 이상으로 오늘은 돈을 벌었다. 유달리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리하게 운행하기 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일찍 들어가서 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드는 신혁이었다. 가볍게 몸을 스트레칭한 후, 다시 차에 몸을 앉혔을 때 그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의 신호음이 들려왔다. 누구지, 하며 폰을 꺼내든 신혁은 액정 화면에 이씨 아저씨의 번호가 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시간에 왠 일로 이 아저씨가?' 임씨였다면 술이라도 한잔 하자..

살인범 K씨 - 4.

"그럼 내일 보입시다. 잘 가소." "예. 쉬세요." 사내는 주머니에서 이만원을 꺼내어 신혁에게 건내주고는 차에서 내렸다. 수달촌으로 오기 전 들렸던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것들을 담은 봉투가 부스럭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월촌에서 사내를 태운 후 그는 수달촌이 아니라 대형마트를 먼저 들려주길 원했고, 그 곳에서 그는 삼십분 가량 머물며 이것저것을 사 들고 온 것이었다(마트에 도착한 후 그는 또다시 이만원을 주었기 때문에 신혁으로서는 내심 즐거운 상황이었다). "아, 이거 하나 드소." "아,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 창문을 통해 사내가 건내준 음료수를 받아들고서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신혁에게 음료수를 건내준 사내는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달촌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가 괜한 ..

살인범 K씨 - 3.

신혁은 졸린지 연신 하품을 해댔다. 평소보다 세시간은 이른 하루의 시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새벽 5시, 아직 해조차 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차를 몰고 운행에 나선 것은 그 사내로부터의 전화 때문이었다. -신혁씨, 나 좀 태워주소. 어제 내린 곳에서 있긋소.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 싶었으나, 어쩌겠는가? 그에게 먼저 자신의 택시를 타달라고 부탁한 것이 자신이거늘.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하소연을 할 일도 아니었다. 대신 새벽부터 일 나가냐며 은수의 졸린 투정정도는 들었지만 말이었다. 신혁은 차를 몰아 어제 사내를 내려준 장소로 향했다. 수달촌에 접어들은지 얼마 되지않아, 길거리에 서 있는 사내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신혁이 차를 멈춰서자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뒷자석에 몸..

살인범 K씨 - 2.

월촌. 이곳 월촌으로 가고자 하는 외부의 손님들의 대부분은 인근 공단 쪽의 직원이거나, 그가 아니면 사회로부터 상처를 입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월촌의 대부분은 집창가로 이루어진 동내였다. 때문에 공단에서 일하며 홀로 나와있는 사내들이나, 혹은 어떤 형태로든 이 곳에 안착하고자 하는 이들이 대부분의 주민들이었다. 월촌과 인근 마을들과는 그렇게 거리차가 나지 않았지만, 거리라는 개념과는 별개로 따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마을이었다. 아니, 고립되어졌다기 보다는 월촌의 주민들이 인근 마을과 교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다 정확할지도. 신혁은 자신이 태운 저 손님이 어느 쪽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사내의 복장이 공장 등에서 일한다고 보기는 힘들었고, 무엇보다 지금 시간이면 한창 일을 할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월..

살인범 K씨 - 1.

뭔놈의 꿈을 이렇게 꾸는건지;;; 지난 번에는 인류멸망이더니만 이번엔 연쇄살인마...;;; 등장 인물 이름은 '멸망한~'의 주인공 커플이...ㅋ;; 이건 그리 길지 않을 듯 하네요. '멸망한~'은 언제 끝낼 수 있으려나;;;? 그 마을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마을 변두리에서 혼자 살던 김씨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의 상황통제로 보진 못했지만, 주민중 누군가 들었다던, 최초 발견자인 우편배달부의 말로는 집 내부는 그야말로 피범벅에다가 김씨는 의자에 묶인채 마치 고문이라도 당한 모습이었다고 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몇 배가 되었다. 김씨는 마을의 인기인이었다. 몇 해전 신혼이었던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었음에도 남들 앞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으며 살았던 그녀였다. 어느 누구보다도..

[서평3] 세계명화 비밀 - 글쓴이 : 모니카 봄 두첸, 옮긴이 : 김현우

세계명화비밀-001(생각나무ART)개정판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저자 모니카 봄 두첸 | 역자 김현우 (생각의나무, 2010년) 상세보기 선빵시작은 인증샷부터. ...물론 제가 아니라 형수님이 산 책이긴 하지만요;;. 한 때 미술학도의 길을 꿈꾸기도 했던(공대 4년차인 지금도 꾸고 있지만) 영향인지, 형수님께서 사 놓은 이 책에 절로 손이 갔던 필자입니다. 저로서는 이런 그림들보다는 만화나 일러스트레이션에 관심이 보다 많았던터라, 예전에 서점을 갔을 때도 살까말까 하다가 결국 사지 않았었기 때문에 형이 이 책을 사왔을 땐 내심 환호성을 지르며 읽기 시작했다지요. 휘황찬란 컬러 덕분에, 2만원이라는 꽤나 비싼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이제껏 나온 모든 미술책 가운데 가장 재밌고 유익한 ..

멸망한 세상 속에서 - 7

바닥에 주저앉은 신혁은 악마, 오르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지난 번 이 인간이 이 곳을 다녀갔을 때, 그 날 이 땅으로 올라오셨습니다." 오르스의 말에 신혁은 지난번 마트를 다녀갔던 날 자신이 봤던 장면을 떠올렸다. 엄청난 거체를 지닌, 압도적인 위엄을 지니고 있던 반인반마의 모습을 지녔던 악마. 징벌자.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신혁을 놔둔 채, 오르스는 시선을 돌려 현아에게 물었다. "그런데, 고귀하신 분께서 어찌하여 인간과 함께 이곳에 들리셨는지 여쭈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아, 그냥 먹을 것을 구하러 온 것이네." 그 말에 오르스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먹을... 것 말입니까?" "그렇네. 아무래도 지금 상태가 상태다 보니, 아무래도 이 세계의 음식을..

멸망한 세상 속에서 - 6

마트에서 가져온 식료품들은 예상보다 일찍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애시당초 신혁 혼자서는 한번에 많은 양을 가져올 수 없었고, 또 은수가 혼자 남는 것을 극히 꺼린다는 점에서 자주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기 때문에, 현아가 자리잡은 이후의 소비량으로는 당연한 것이었다. 거기다 현아는 생각보다 많은 양을 먹는다. 하루 한끼만 먹는 그녀지만, 그 한끼가 신혁과 은수가 하룻동안 먹는 양과 비슷한 양을 먹기 때문이기도 했다. "슬슬 마트에 다녀와야겠는걸요." 방 한켠에 쌓아둔, 남아있는 식량을 보며 신혁이 말했다. 그 말에 현아는 조금은 미안했는지, 코끝을 긁적거렸다. "미안하군." "아뇨, 괜찮습니다. 솔직히 전 당신에게 정말 고마운걸요." 신혁의 말은 진심이었다. 현아가 이곳에 머무른 이후, 은수가 전과 달..

[서평2]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글쓴이 : 김정태

스토리가스펙을이긴다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 직장처세술 지은이 김정태 (갤리온, 2010년) 상세보기 까놓고 말하면, 사실 큰 틀의 내용 자체는 굉장히 뻔한 내용입니다.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목이 곧 내용이죠;;; 제목만 봐도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포스팅하게 된 이유는, 이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라는 책이 제게 상당히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은 내실없는 스펙들보다는, 보다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그에 관련하여 자신만의 길을 충실하게 닦아낼 수 있다면 충분히 스펙이라는 항목을 대신할 수, 아니 그 이상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뻔한 스펙이 아닌 자신만의 '유일함'으로써 나를 나타내라는 그런 내용들을요. 스펙은 서열화를 만..

멸망한 세상 속에서 - 5

현아가 먼저 다가오는 것에 대해서 생각보다 은수의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 아니 그녀에게서 되려 묘한 기대감마저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신혁이이었다. 자신들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천사들에 대한 반발심 때문일까? '아무렴 어떤가.' 그랬다. 이유따위는 상관없었다. 신혁은 은수가 조금이라도 더 편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환영이었다. 아니, 천사만 빼고서는 환영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은수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신혁 스스로에게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매우 큰 부담이었고 또한 어떻게 해줄 수 없음에 죄책감마저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천사들은 이곳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이지. 생각보다 의외로 그런 장소가 이 나라에는 많은 것 같더군. 내가 본 것만 해도 근래들어 서너곳은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