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문화 생활/쓰기.

살인범 K씨 - 5.

개구리C 2010. 10. 25. 19:42


 자정이 가까워져서인지, 슬슬 손님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조금은 멍-하게 노래를 흥얼흥얼거리며 차를 몰던 신혁은 길가에 멈춰섰다. 잠시 차 밖으로 나가서 바람이라도 맞으며 정신을 차려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아아, 피곤하네. 오늘은 슬슬 집에 들어갈까."

 이미 평소에 벌던 것 이상으로 오늘은 돈을 벌었다. 유달리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리하게 운행하기 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일찍 들어가서 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드는 신혁이었다. 가볍게 몸을 스트레칭한 후, 다시 차에 몸을 앉혔을 때 그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의 신호음이 들려왔다.
 누구지, 하며 폰을 꺼내든 신혁은 액정 화면에 이씨 아저씨의 번호가 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시간에 왠 일로 이 아저씨가?'

 임씨였다면 술이라도 한잔 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이 시간대에는 이씨에게서는 처음으로 받아보는 전화였던 신혁은 뭔가 싶어 통화버튼을 누르며 전화를 받았다.

 "네, 이신혁입니다."
 -신혁씨, 안녕하이소.
 "어?"

 신혁은 저도 모르게 소리냈다. 이씨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였건만은, 건너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이씨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모르는 목소리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그 사내의 목소리였다.

 "아, 안녕하세요. 저, 근데, 그, 어." 
 -말을 하소, 말을. 왜 내 목소리가 들리냐는 거 물어보려는기요?
 "네, 네. 이 번호는 이씨 아저씨 번혼데. 제 폰이 좀 낡아서 고장이라도 났나보네요."

 당황한 신혁은 다시 한번 착신 번호를 확인하며 말했다. 그 말에 사내는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거 폰 문제가 아니요. 내가 이 아이씨 껄로 전화를 걸었으니 말이요. 
 "예?" 
 
 남자의 말을 신혁은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에 사내는 다시 한번 작게 웃었다.

 -신혁씨 폰에 내 뭐 하나 보낼구먼. 보고 일로 연락 주쇼. 아 그리고.

 사내는 말을 끊고서 잠시 뜸을 들였다.

 -경찰에 연락하면 안되니까, 사진 보믄 바로 연락주소. 시간이 길면 바로 일 내버릴 거니까.

 그 말을 끝으로 사내의 전화가 끊겼다. 대체 무슨 상황이인지 이해할 수 없는 신혁은 통화가 끊어진 폰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 밖이었다. 잠시 후, 그의 폰으로 메일이 도착했다는 신호와 함께 진동이 울린다. 신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메일을 보기 위해 확인버튼을 눌렀다. 액정화면에서는 무엇인가를 다운로드한다는 화면이 떴고, 다운로드가 완료되자 사진 하나가 화면에 떴다.

 "?"

 화면에 뜬 사진을 봤을 때, 신혁은 처음에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무슨 상황인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휴대폰 액정에 뜬 작은 사진 안에는, 가정집같은 배경과 함께 그 가운데는 한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묶여있다. 의자에 앉아있는 그를 묶고 있는 것은,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노끈이었고, 입은 청색 테이프로 둘둘 감킨 채 막혀있었다. 얼굴에는 붉은 액체, 피가 줄줄 흘리고 있었고 그의 옷은 흘러내린 피로 인해 붉은 자국 투성이, 그리고 무엇보다, 신혁은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이씨 아저씨?"

 사진 속의 그 인물은 이씨였던 것이다.
 잠시 멍하게 그 사진을 보고 있던 신혁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이내 손을 멈춘다. 잠시 망설인 그는 통화기록에 남은 이씨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지 알겄소, 신혁씨?
 "대, 대체 무슨 일인거야! 왜 아저씨가 거깄는거지?"

 웃는 기색이 역력한 사내에 비해 신혁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진정하고, 신혁씨. 누가 들으면 사람 죽이는지 알겄소.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진정하라고, 신혁씨. 

 급작스레 사내의 목소리가 가라앉는가 싶더니, 그의 목소리 넘어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희미하게 끄윽, 하고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신혁의 말문이 막혔다. 
 신혁이 아무 말을 하지 못하자 사내의 목소리는 다시 웃는 기색이 담겨졌다.

 -신혁씨가 자꾸 소리지르니까 괜히 이 아저씨만 고생이잖소. 이제 진정 좀 되요?
 "...도대체 왜 이러는겁니까, 당신?"
 -진정 좀 했소, 신혁씨? 그라믄 이제 이야기가 좀 되겄구먼. 하하.
 "......!"

 사내의 말에 신혁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씨가 잡혀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사정도 알 수 없는 신혁으로서는 그저 사내의 말을 들을 수 밖이었다.

 -뭐, 원래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오. 이 아저씨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지껄여서 괜히 수고만 늘었소. 
 "무슨...!"

 그 말에 울컥한 신혁은 다시 소리치려 했지만, 사내의 말에 그의 뇌리엔 오늘 낮의 일이 떠올랐다. 이씨의 말, 낮에 그가 신혁과 나눴던 그 대화가 떠오른 것이다.

 -뭔지 알아채린 모양이네. 하여튼, 사람은 입이 화근 아니오? 괜히 쓰잘데 없는 말 씨부려서 여럿 귀찮게 말이우.
 "......"
 -어쨌거나, 신혁씨. 신혁씨는 여기로 좀 와줘야긋소. 아, 오기 싫음 안 와도 상관없긴 한데. 경찰에 신고해도, 뭐 좀 귀찮긴 하긋지만 그랬다간 여럿 다칠그니까 으짤지는 신혁씨가 알아서 하고.
 '여럿?'
 
 사내의 말에 신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의문에 대답하듯이 사내가 말을 잇는다.

 -내가 신혁씨 집을 모를그라 생각하진 마소. 나도 장난으로 이러는 거 아니니 말이오.
 "!!"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혁은 연결되어있던 통화를 끊고서 다른 번호를, 은수의 번호 누르기 시작했다. 수화기 너머로 연결대기음이 잠시 들리더니 이내 통화가 연결되었다. 

 "은수야, 괜..."
 -아, 왜 전화를 끊고 그렇소. 귀찮게.

 다급하게 이어지던 신혁의 말을 끊으며, 은수의 전화기를 통해 사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낮술 마셨다가 뻗는 바람에 FA컵 결승전 포스팅은 패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피곤한데 술 들어갔더니만은, 완전 훅 가버렸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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