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문화 생활/쓰기.

살인범 K씨 - 3.

개구리C 2010. 10. 22. 18:50


 신혁은 졸린지 연신 하품을 해댔다.
 평소보다 세시간은 이른 하루의 시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새벽 5시, 아직 해조차 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차를 몰고 운행에 나선 것은 그 사내로부터의 전화 때문이었다.

 -신혁씨, 나 좀 태워주소. 어제 내린 곳에서 있긋소.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 싶었으나, 어쩌겠는가? 그에게 먼저 자신의 택시를 타달라고 부탁한 것이 자신이거늘.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하소연을 할 일도 아니었다. 대신 새벽부터 일 나가냐며 은수의 졸린 투정정도는 들었지만 말이었다.
 신혁은 차를 몰아 어제 사내를 내려준 장소로 향했다. 수달촌에 접어들은지 얼마 되지않아, 길거리에 서 있는 사내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신혁이 차를 멈춰서자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뒷자석에 몸을 앉혔다.

 "월촌 갑시다."
 "예에."

 아직까지도 잠이 덜 깼는가 다소 늘어지는 신혁의 목소리에 사내가 슬그머니 먼저 말을 꺼냈다.

 "기사양반. 여기 있을 동안에만 이 시간대에 나 좀 태워주소. 돈은 섭섭찮게 내 챙겨주긋소."

 그렇게 말하며 사내는 주머니 속에서 만원짜리 두장을 꺼내 신혁에게 건냈다. 잠시 자신에게 돈을 건내는 사내의 손을 바라보던 신혁은 퍼뜩 정신이 들었는가,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이건 너무 많아요. 제 일인데 그러실 필요없어요."
 "에이, 그러지마소. 내 신혁씨한테 신세지고 있는 몸인데, 그냥 받으소." 

 그러더니 사내는 신혁의 주머니 속에 돈을 집어넣는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신혁이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에 반응을 할 순 없었다. 물론 내심 반가운 상황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어유, 매번 감사해서 어떻게 하죠."
 "뭘 어쩌겠수? 괜찮소. 신경쓰지 마소."
 
 그리고 그는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대더니, 아직까지도 어두운 야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신혁은 허허 웃고는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잠은 이미 다 깨버린지 오래였다.

 '이거, 정말 땡잡은건가?'

 아무리 새벽이라곤 하나, 월촌까지는 많이 나와봐야 사오천원인데 무려 이만원이나 챙겨주는 사내가 내심 고마워졌다. 이씨나 임씨 아저씨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신혁은 웃음이 나왔다.
 새벽의 도로엔 그다지 차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월촌까지는 평소보다도 일찍 도착했다. 돈은 4천원도 나오지 않았는데(3900원이지만) 사내는 여전히 도착과 동시에 차문을 열었다.

 "신혁씨, 한 다섯시쯤 되면 나 좀 데리러 와주소."
 "아,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사내가 신혁의 대답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문이 닫히자 신혁은 방향을 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두세시간정도만 더 자고 나올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멀어져가는 신혁의 택시를 바라보는 사내는 흐 하고 웃더니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렸다.

 "수고 좀 해야지, 암.
  

 신혁이 다시 그의 집을 나선 것은 정오가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잠깐만 자려고 했는데, 휴대폰 알람마저 무시해버리며 늦잠을 자버렸기 때문이었다. 은수 또한 그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결국 퍼질러 자버린 것이었다.
 예전이었다면 상사의 불호령이라도 떨어졌을 상황이었지만, 그럴 일이 없는 지금은 그저 머리를 긁적거린 후 아침 겸 점심을 챙겨먹고서 나올 뿐이다. 

 '편하다면 편한 점이지.'

 출근 시간대를 놓치기는 했지만 다행히 그 사내에게 돈을 좀 받았기 때문에 평소 벌이와는 크게 차이가 없을 듯 싶었다. 물론 애시당초 그 사내를 태우기 위해 새벽에 깨지만 않았아도 이리 되지는 않았겠지만.

 "왔나?"

 멀리 시내를 몇바퀴 돌다가 세시 무렵에 수달촌으로 들어온 신혁을 반겨준 것은 임씨였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차를 정차시키고 기다리는 곳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아는 얼굴을 만나기는 쉬웠다.

 "수고많으십니다. 좀 버셨어요?"
 "내야 머 그게 그기지. 근데."

 임씨는 신혁을 바라보며, 조금은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다시 입을 연다.

 "어제 으땠노?"    
 "어제요? 아아."

 아마 그를 놔두고 먼저 출발해버린 것 때문일 것이다. 만약 임씨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면, 그 사내는 앞서있는 임씨의 차를 탔을 것이니 말이었다.

 "아무렇지도 않던데요? 요금도 많이 주고요."
 "진짜가?"
 "예. 그 손님, 월촌까지 세번 운행뛰면서 사만원이나 주던걸요?"
 "진짜?"

 신혁의 말에 임씨의 얼굴이 다소 울상이 된다. 그 모습에 신혁은 흐 하고 다소 능청스러운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거스름돈 필요없다면서 무조건 만원짜리 척! 정말 고마운 손님이예요, 그 남자."
 "에이, 내가 태울껄 그랬다. 이씨가 쓸 데 없는 말 해사서, 쯧."
 "그러고보니 이씨 아저씨는요?"
 "쫌 아까 손님 한명 태우고 믄저 갔다아이가."

 이씨의 그 반응이 내심 신경쓰였던 신혁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그가 없는 것이 아쉽긴 했다. 
 지레짐작으로 그 사내가 나쁜 사람이 아닐 거라 생각은 하고 있다곤 하나, 임씨와 마찬가지로 이씨가 그러는 모습은 신혁으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를 그렇게 꺼려하는지 물어보려 했던건데.
 그 때, 앞에 서 있던 임씨의 차에 손님이 탑승했다. 임씨는 마시던 자판기 커피를 한번에 들이키고서는 빈 종이컵을 꾸겨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아, 신혁아. 내 먼저 간데이. 난주 보자."
 "예, 수고하세요."
 "어야."

 임씨가 떠나고 홀로 남은 신혁은 차 안에서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담배에 불이 붙자, 한모금 빨아들이며 천천히 내뱉는다. 그가 담배를 끊었다고 생각하고있는 은수가 알았다가는, 그야말로 말보다 먼저 손이 날아올 수 있는 그런 일이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피고 있는 신혁이었다. 
 택시를 몰다보면 정말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는, 몸이 힘든 것도 그렇지만 그 뿐만 스트레스가 결코 적은 직업이 아닌 것이 택시 기사였다. 

 '스트레스만 놓고 보면, 직장 생활할 때랑 비슷비슷할 지도?'

 예전의 그 생활을 떠올리며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릴 때, 지잉- 하며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 진동이 느껴졌다. 한 손으로는 담배를 잡고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어 확인해보니, 그 사내의 번호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다섯시에 나 좀 데리러 오소.

 여전히 짧다. 
 신혁은 알겠습니다, 하고 답장을 보낸 후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이씨 아저씨의 반응이 뭐 어떤가? 돈만 잘 벌면 되는 것을. 신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모금 담배를 빨아들였다. 정말 그가 살인자라면, 바로 옆 마을에서 경찰들이 수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이렇듯 여유롭게 돌아다닐 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혁은 여전히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불안감을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다독거렸다. 
 


이 속도면... 음. ㅋ.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발행으로 글을 보내면, 가끔씩 다음뷰만 빠진 채 발행이 되는 경우가 있던데...ㅠㅠㅠ
혹시 이유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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