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문화 생활/쓰기.

멸망한 세상 속에서 - 5

개구리C 2010. 10. 16. 09:22


 현아가 먼저 다가오는 것에 대해서 생각보다 은수의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 아니 그녀에게서 되려 묘한 기대감마저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신혁이이었다. 자신들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천사들에 대한 반발심 때문일까?

 '아무렴 어떤가.'

 그랬다. 이유따위는 상관없었다. 신혁은 은수가 조금이라도 더 편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환영이었다. 아니, 천사만 빼고서는 환영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은수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신혁 스스로에게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매우 큰 부담이었고 또한 어떻게 해줄 수 없음에 죄책감마저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천사들은 이곳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이지. 생각보다 의외로 그런 장소가 이 나라에는 많은 것 같더군. 내가 본 것만 해도 근래들어 서너곳은 되었으니 말이다."

 말문이 트인 현아는 신혁과 은수에게, 그들이 알지 못하고 있던 사실들을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있었다. 근래 들어서는 계속 그런 상태, 대화라기보다는 거의 현아의 설명 위주였지만 셋 중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서 신경쓰지는 않았다.
 지금 현아는 신혁과 은수에게 왜 그들의 거처가 천사들에게 발견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막 긴 설명을 마친 상태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천사들이 보는 시각이라는 것은 인간보다 고차원적인 수준이라 한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눈에 비치는 것만이 전부지만, 천사들의 경우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그로부터 무언가를 더 '인지'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을 보게 될 경우 사람은 단지 사람을 볼 뿐인 것이나, 천사의 경우 사람을 보면서도 동시에 생명의 기운을 '인지'한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천사들은 단순한 시각적 정보보다는 그러한 기운을 보다 강력하게 인식해버리는데, 지금 그들이 머물고 있는 이 호텔은 천사가 느끼는 그러한 기운을 상쇄시킬만큼의 무언가로 덮혀있다는 것이었다.
 평상시라면 아마도 결코 좋은 소리 못들을 기운이라는 말도 덧붙였지만, 중요한 건 현재는 그러한 기운이 잔뜩 모여있기 때문에 천사들은 이 호텔을 눈으로 보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 머물고 있는 그들을 '인지하지'못한다'는 것이 현아의 설명이었다.

 "그러니 너희들은 이 호텔을 나서지 않는 이상은 어지간해서는 발각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보다 상위의 천사들이라면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인간을 찾아 나돌아다닐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고."
 "음. 그 말은 천사들에도 상하가 있다는 것인가요?"

 지금의 은수는 간간히 그녀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을정도로 현아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 있었다. 그 질문에 현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 입을 연다.

 "말이 조금 다르게 전달된 듯 하군. 상하라기 보다는 능력의 차이랄까? 천사들은 극히 일부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까 말이지. 대신 능력의 차이 때문에 그들이 하는 일이 갈려버린거지."
 "어떤 식으로요?"
 "예를 들자면, 흔히 보이는 천사들의 경우는 평범한 인간을 '정화'시키는데 주력하지. 보통의 인간들은 그들에게 어떤 위협도 줄 수 없으니까. 너희들의 무기, 칼이나 총따위는 우리나 그들 천사에겐 아무 소용이 없다는건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말에 은수와 신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일이 일어난 이후 매우 초기 무렵에 한 부대가 순식간에 '정화'되는 것을 목격했던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들 중에서 극히 일부는 천사나 악마, 우리들같은 존재들에게도 위협을 줄 수 있는 이들이 존재한단다. 때문에 그런 인간들을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강한 능력을 가진 천사가 나서야하지. 뿐만 아니라 우리나, 혹은 악마들과의 싸움이 일어났을 경우를 대비하는 천사들도 있고. 하지만 으레 그렇듯, 강한 존재보다는 약한 존재가 더 많은 것이지. 돌아다니는 천사들은 대부분이 보다 약한 이들이다."

 그렇게 이어지는 현아의 설명에 신혁과 은수는 보다 많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설명과 질문들이 어느 정도 이어졌을까? 또 하나의 사실에 대해 설명을 마친 현아는 앉은 채로 두팔을 쭈욱 펴며 가볍게 기지개를 폈다.

 "오래간만에 말을 많이 했더니 조금은 피곤하군. 미안한데 이 방에서 잠깐 눈 좀 붙일 수 있을까?"

 그녀의 말에 은수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현아를 바라보았다.

 "당신같은 이들도 피로를 느끼나요?"
 "물론 이런 상태가 아니라면 굳이 잘 필요는 없지. 하지만 지금의 난 흑익이라기 보다는 인간에 가깝단다. 때문에 보통의 인간들처럼 먹고 자는 행위를 해야하지. 물론 인간들처럼 그렇게 자주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육체를 유지해줘야 하니까."
 "아아."

 현아는 스스로를 부를 때 타락천사나 악마가 아닌 '흑익'이라 칭했다. 태초부터 악마가 아닌, 그녀처럼 한 때는 천사였지만 신과 다른 천사들에 반하여 검은 날개를 지니게 된 천사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고난 다음에 부탁해도 되겠나, 신혁?"
 "예, 그러죠. 허면 이 침대에서 주무실 생각이신가요?"
 
 그의 말에 현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혼자서 자기는 싫군. 은수 자네만 괜찮다면 이곳에서 눈을 좀 붙이고 싶은데, 괜찮겠는가?"
 "아, 네, 예. 괜찮아요."

 현아의 부탁에 은수는 망설이지 않고 괜찮다고 말을 했다. 그녀의 반응에 신혁은 내심 깜짝 놀라며 은수를 바라보았다. 현아에 대해 느끼는 은수의 감정은, 이미 호감으로 넘어선 모양인 듯 했기 때문이다. 예상 외였다.
 그런 신혁의 시선을 눈치챈 은수는 그를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떨떠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 신혁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앉아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럴 때의 은수는, 자리를 비켜줄 수 있냐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왠지, 버림받은 기분인걸?'

 은수의 변화가 기쁘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금은 섭섭한 감정도 드는 신혁이었다. 저렇게 생기가 도는 은수의 모습은 실로 오래간만에 보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라 느끼면서도 섭섭해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신혁은 말없이 옆방으로 향해 걸어갔다.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음식이래봐야 대부분 인스턴트 식품이나 통조림류지만, 요리할 수 있는 것은 요리하기 위해서였다. 거기다가 사실 신혁 역시도 꽤 오랫동안 굶주려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은수는 배 안 고픈가?'

 그가 벗어난 방 안에선 은수와 현아의 목소리가 잠시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현아가 잠이 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은수 역시도 방을 나올 생각을 않는다.
 그녀가 나오기를 내심 바라며 기다린 신혁은 결국은 은수가 방에서 나오질 않자 다시 한번 소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방 한쪽에 재어놓은 박스에서 라면 한봉지와 부탄가스, 버너를 끄집어 들었다.
 혼자 먹는데 요리는 무슨 요린가? 라면이나 끓여먹고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든 신혁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모르게, 버림받은 기분이 계속 든다.

 "하아."

 신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결코 짧지는 않은 동안 입이 하나 더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드는 그였다.

  


 'ㅁ'...
 축구 랭킹 8위...
 그나저나, 다음뷰 랭킹 올라가면 뭐 좋은 거 있나요...'ㅅ' 아시는 분...'ㅅ';;;

 ...으익 ㅋㅋㅋㅋㅋㅋㅋㅋ 발행을 잘못해서 재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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