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문화 생활/쓰기.

살인범 K씨 - 1.

개구리C 2010. 10. 21. 13:42

 뭔놈의 꿈을 이렇게 꾸는건지;;; 지난 번에는 인류멸망이더니만 이번엔 연쇄살인마...;;;
 등장 인물 이름은 '멸망한~'의 주인공 커플이...ㅋ;;
 이건 그리 길지 않을 듯 하네요. '멸망한~'은 언제 끝낼 수 있으려나;;;?



 그 마을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마을 변두리에서 혼자 살던 김씨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의 상황통제로 보진 못했지만, 주민중 누군가 들었다던, 최초 발견자인 우편배달부의 말로는 집 내부는 그야말로 피범벅에다가 김씨는 의자에 묶인채 마치 고문이라도 당한 모습이었다고 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몇 배가 되었다.
 김씨는 마을의 인기인이었다. 몇 해전 신혼이었던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었음에도 남들 앞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으며 살았던 그녀였다. 어느 누구보다도 마을 사람들과 한 가족마냥 지냈던, 그런 김씨였기 때문에 그녀가 누군가의 원한을 샀으리라곤 감히 생각하기 힘들었다.
 우발적 살인. 그것도 사람을 고문하다가 죽이는 것일지도 모를 미친 살인범.
 해가 떠 있을 때는 이사람 저사람 모여서 슬퍼하며 분노하다가도, 해가 질 때쯤에는 마을의 문은 모조리 걸어잠기기 시작한다. 경찰이 순찰을 강화했다고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거기서 본 놈이 살인범이라니까?"

 이씨 아저씨는 택시 기사였다. 주로 옆 마을, 지금은 살인 사건때문에 분위기가 흉흉해진 마을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그였지만 주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덕에 이 마을로 장소를 옮겨온 것이었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택시의, 이씨를 포함한 세 명의 택시 기사들은 어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 그리 불길하고 무섭게 생긴 놈은 처음 본다, 정말. 머리도 부시시하고 얼굴도 시허옇고, 눈엔 생기라곤 눈꼽만큼도 찾기 힘들고, 키도 큰게 삐쩍 말랐고."
 "에이, 이씨. 겉모습만 보고 너무 그러는거 아녀?"
 "에이, 이 사람아! 내가 어디 사람 겉만 보고 그럴 놈으로 보이나? 기운이 다르다고, 기운이!"
 "또 믄 기운이요, 기운? 이씨, 무협지 너무 읽은거 아닌교?"

 동료인 임씨가 이씨의 말에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씨가 본 자슥이 살인범이믄, 고놈아가 그리 쉽게 모습을 보이긋는가? 안그려?"
 "아니, 뭐, 그거야."

 그 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혁의 눈에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택시를 타기 위해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손님의 모습, 이었는데.      

 "이씨 아저씨, 저 사람 아니예요?"
 "어?"

 신혁의 목소리에 이씨와 임씨가 동시에 주위를 훝어보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들 역시 이쪽을 향해 느릿느릿 걸어오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큰 키에 부시시한 머리, 희다못해 창백한 얼굴, 생기없는 눈동자. 
 눈에 확 들어오는 인상이다.

 "어, 맞다! 저 놈, 저 놈이야!"
 "워어따, 고놈아새끼, 크긴 크구마?"

 키가 160을 조금 넘어가는 임씨였기에, 척 봐도 180이 훌쩍 넘어가보이는 저 남자에 대한 첫인상은 이씨의 그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듯 했다.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것 같은 그의 모습에, 이씨가 들고있던 캔커피를 다 마시지도 않고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자신의 택시에 탔다.

 "임씨, 신혁아! 자리 뜹시다. 아무래도 불안해, 저 놈."
 "이씨 너무 그러는거 아뇨? 저 사람이 뭘 했다고 그랴?"

 이씨의 말에 임씨가 능글맞게 받아쳤다. 하지만 이씨는 평소처럼 장난칠 분위기가 아니었던지 얼굴을 굳히면서 다시 말했다.

 "그럼 나 먼저 가요. 태우던가 말던가, 임씨 알아서 하시오."
 "어, 이씨? 이씨?"

 그리고 정말로 먼저 차를 출발시켜 자리를 벗어나는 이씨를 임씨가 당황하며 불렀지만, 그는 잽싸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잠시 그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던 임씨는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신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니는 으짤끼고?"
 "임씨 아저씨는요?"
 "내도 고마 딴 데 가 버릴란다. 이씨 저라는거 처음 봐서 기분이 좀 꼬롬하네."

 임씨의 말에 신혁은 흐 하고 슬쩍 웃은 후, 이젠 비어버린 커피캔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며 임씨를 바라보았다.

 "그럼 제가 태울게요. 아저씨는 먼저 출발하세요."
 "그랴? 닌 뭐 그런거 음나? 이크, 다 왔네. 그라믄 내 먼저 간데이."
 "네. 수고하세요."

 느릿느릿 걸어오는 남자가 상당히 가까워져오자 임씨도 서둘러 자리를 떠버렸다. 이씨를 보며 무슨 호들갑이냐는 반응을 보였던 임씨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사건이 살인사건이었던만큼 찝찝한 일에는 그 역시도 연관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남은 신혁은 자신의 택시의 운전석에 몸을 앉혔다. 사실 그라고 기분이 마냥 내키는 것은 아니었으나, 오면 태우고 아니면 말면 된다. 정말 살인범인 것도 아닌데, 겉모습만으로 도망가듯 피하기는 이 또한 내키지 않은 신혁이었기 때문이었다.
 덜컥, 하고 뒷문이 열린다.

 "어서 오세요~."

 신혁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을 향해 인사를 하면서 슬쩍 백미러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다.

 "월촌으로 가 주소."
 "월촌말이죠? 예, 알겠습니다."

 사내의 목소리는 그의 겉모습마냥 매우 매말라 있었다. 신혁은 저도 모르게 살짝 몸에 소름이 돋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뭔가 기분이 이상해지는 남자다. 신혁은 이씨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 생각했다. 평소에도 미신이나 그러한 것에 잘 휘둘리는 이씨였기 때문이었다.
 월촌을 향해 차를 출발시킨 신혁은 문뜩 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만일 정말 저 남자가 살인범이라면? 저 남자가 이웃 마을의 김씨를 죽인 것이 맞다면?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이 삼켜진다. 신혁은 곁눈질로 뒷자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멍한 눈빛으로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에이, 기분탓이겠지.'

 그리곤 피식 웃으면서 다시 운전에 집중하는 신혁이었다. 잠시 운전에만 집중하던 신혁은 다시 백미러를 통해 사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기 손님, 음악 좀 틀어도 될까요?"
 "기사님 맘대로 하소."
 "감사합니다~."

 불안한 마음이 아직 남았던 탓일까? 신혁은 양해를 구한 후 노래를 틀었다. 스피커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라디오가 아니라 집에서 가져온 엠피3로 재생시키는 거니 당연한 것이었지만, 노래 소리가 들리자 신혁은 자신의 불안감이 좀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기분탓일 뿐이다. 운전에나 집중하자. 사고라도 났다간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무슨 소릴 들을 지 모른다.
 

 때문에, 신혁은 뒷자석의 남자가 자신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인류멸망이나 연쇄살인 말고도,
꽤나 정상적인 꿈도 꾸기는 꿉니다. 방에 누워서 밤하늘 바라며며 다른 은하계를 보면서 감탄한다던가...
집 앞마당에서 건담들이 전쟁을 벌인다던가... 군대 선임으로 연예인이 나온다던가...?
...
그나저나, 그 은하수는... 꿈이나마 예쁘긴 예쁘더군요 ㅡㅡ)... 꿈이라 볼 수 있었던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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