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7

멸망한 세상 속에서 - 7

바닥에 주저앉은 신혁은 악마, 오르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지난 번 이 인간이 이 곳을 다녀갔을 때, 그 날 이 땅으로 올라오셨습니다." 오르스의 말에 신혁은 지난번 마트를 다녀갔던 날 자신이 봤던 장면을 떠올렸다. 엄청난 거체를 지닌, 압도적인 위엄을 지니고 있던 반인반마의 모습을 지녔던 악마. 징벌자.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신혁을 놔둔 채, 오르스는 시선을 돌려 현아에게 물었다. "그런데, 고귀하신 분께서 어찌하여 인간과 함께 이곳에 들리셨는지 여쭈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아, 그냥 먹을 것을 구하러 온 것이네." 그 말에 오르스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먹을... 것 말입니까?" "그렇네. 아무래도 지금 상태가 상태다 보니, 아무래도 이 세계의 음식을..

멸망한 세상 속에서 - 6

마트에서 가져온 식료품들은 예상보다 일찍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애시당초 신혁 혼자서는 한번에 많은 양을 가져올 수 없었고, 또 은수가 혼자 남는 것을 극히 꺼린다는 점에서 자주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기 때문에, 현아가 자리잡은 이후의 소비량으로는 당연한 것이었다. 거기다 현아는 생각보다 많은 양을 먹는다. 하루 한끼만 먹는 그녀지만, 그 한끼가 신혁과 은수가 하룻동안 먹는 양과 비슷한 양을 먹기 때문이기도 했다. "슬슬 마트에 다녀와야겠는걸요." 방 한켠에 쌓아둔, 남아있는 식량을 보며 신혁이 말했다. 그 말에 현아는 조금은 미안했는지, 코끝을 긁적거렸다. "미안하군." "아뇨, 괜찮습니다. 솔직히 전 당신에게 정말 고마운걸요." 신혁의 말은 진심이었다. 현아가 이곳에 머무른 이후, 은수가 전과 달..

멸망한 세상 속에서 - 5

현아가 먼저 다가오는 것에 대해서 생각보다 은수의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 아니 그녀에게서 되려 묘한 기대감마저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신혁이이었다. 자신들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천사들에 대한 반발심 때문일까? '아무렴 어떤가.' 그랬다. 이유따위는 상관없었다. 신혁은 은수가 조금이라도 더 편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환영이었다. 아니, 천사만 빼고서는 환영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은수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신혁 스스로에게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매우 큰 부담이었고 또한 어떻게 해줄 수 없음에 죄책감마저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천사들은 이곳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이지. 생각보다 의외로 그런 장소가 이 나라에는 많은 것 같더군. 내가 본 것만 해도 근래들어 서너곳은 되었..

멸망한 세상 속에서 - 4

그녀로부터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신혁은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는 타락 천사, 현아를 흘겨보며 생각했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멍하게 앉아 창 밖을 바라보던 현아 역시 신혁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절로 움찔하며 고개를 숙인다. 현아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왜 자신을 쳐다보았는지 물어보지는 않고,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와 함께 하기 시작한지 3일이 흘렀다. 갑자기 그들을 찾아온 그녀는 아무말 없이 그들의 보금자리에 눌러 앉았다. 이유같은 것은 말해주지 않았지만 신혁과 은수 중 누구도 현아에게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다. 왜 왔는지, 어떻게 자신들을 찾았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물어본다면 말해줄 것 같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현아를 두려워하는 은수가 기겁하..

멸망한 세상 속에서 - 3

은수를 감싸고 있는 신혁을 바라보며 말한 여인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린다. 정말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세명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죽음을 각오했던 신혁은, 은수를 감싸고 있던 몸을 일으켜 여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은수는 아직까지도 잔뜩 겁에 질린 채, 쥐고있는 신혁의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쥐고 있었다. "누, 누구야, 당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신혁이 먼저 침묵을 깨며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여인은 순간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말했다. "이걸 보고도 모르겠는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앉은 그대로 날개를 펼친다. "처, 천사?" "천사? 천사라고?" 신혁의 말에 다시 한번 반문하며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펼친 날개를 되돌아 보았다. "아, 색..

멸망한 세상 속에서 - 2

어스름한 빛이 하늘을 밝히는 것이 창문을 통해 보인다.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커다란 만월은 이미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신혁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곁에는 은수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원래부터 잠이 많은 그녀였지만 그 사건 이후로는 더욱 잠이 늘었다. 아마도 그녀도 깨닫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깨어있는 시간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고 신혁은 생각했다. 그 날 이후의 시간은 은수에겐 끝나지 않는 악몽과 같기 때문이었다.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던 신혁은, 짧은 순간 하늘을 지나가는 무언가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거렸다. 좁은 창 안으로 지나갔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는, 새인지 천사인지 알 순 없지만 하늘을 나르는 것에 대한, 공포스러웠던 경험으로 얻은 일종의 조건반사였다. ..

멸망한 세상 속에서 - 1. (가제)

블로그에 올리는 소설?입니다. 음음. 뭐랄까-_- 어린 시절 다양했던 꿈들 몇가지 나열해보면, 꿈꾸자마자 광속GG친 축구선수,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그리 되었다면 여러 아이들의 인생에 위협을 가했을 것이라 생각하네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아직도 꿈꾸고 있는 만화가 내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직업, 그리고 (판타지)소설가입니다. 한창 중,고등학교 때 PC통신 나우누리 SF/Fantasy 게시판 위주로 하여 글을 써 올렸고, 당시 그곳에서 활동했던 글쟁이들이 모이던 채팅방에서 눌러붙어 지내며 쓴 글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지냈었네요. 그런데 정작 완결시킨 글은, 단 하나-_-. 꽤나 많은 시작을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간신히 하나 완결시켰던;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쉬운 것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