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문화 생활/쓰기.

멸망한 세상 속에서 - 1. (가제)

개구리C 2010. 10. 5. 02:12

 블로그에 올리는 소설?입니다. 음음.

 뭐랄까-_- 어린 시절 다양했던 꿈들 몇가지 나열해보면, 꿈꾸자마자 광속GG친 축구선수,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그리 되었다면 여러 아이들의 인생에 위협을 가했을 것이라 생각하네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아직도 꿈꾸고 있는 만화가 내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직업, 그리고 (판타지)소설가입니다. 
 
 한창 중,고등학교 때 PC통신 나우누리 SF/Fantasy 게시판 위주로 하여 글을 써 올렸고, 당시 그곳에서 활동했던 글쟁이들이 모이던 채팅방에서 눌러붙어 지내며 쓴 글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지냈었네요.

 그런데 정작 완결시킨 글은, 단 하나-_-. 꽤나 많은 시작을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간신히 하나 완결시켰던;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쉬운 것이 아니더군요. 

 지금이야 공돌이로 지내고 있지만, 만화가와 소설가의 꿈은 접지 않고 있습니다. 프로가 아니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연관되고 싶어 아직도 이리저리 나름대로는 유지하고 있답니다.

 사실 만화가를 꿈꾸며 그린 시간들은, 여러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친해지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글쟁이를 꿈꾸면서 써왔던 많은 글들은, 비단 소설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많이 도움이 되더군요. 에세이나 자소서 등에 말이예요.

 ...

 이 블로그에 써 올릴 글은, 바로 앞에 작성했던 꿈을 바탕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가 아닌 넷북 안에도 하나의 글이 있긴 하지만, 일단 그건 완결시키기 전까지는 드러내진 않을 생각이라 ㅡㅡ;; 

 반면 이 글은 굉장히 즉홍적으로 써볼 생각이예요. 꿨던 그 꿈(2010/09/21 - [취미 & 생활/글] - 어느 날, 갑자기 인류는 멸망했어요.), 왠지 그대로 끝내기엔 제 스스로에겐 꽤나 매력적인 소제인터라; 한번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꽤나 무책임한 생각으로 시작하긴 하지만, 왠지 이렇게 쓰는 건 즐겁더라구요.

 글이 어떻게 튈지, 이야기 속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저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기도 해서-_-a 그런 것들 하나하나를 생각해나가며 글을 쓴다는 것, 고달픈 일이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합니다.

 즉, 지극히 개인만족의 글이 될 듯 하네요 ㄷㄷㄷ...

 글이 얼마나 길고 짧을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습니다. : )

 제목은 일단, 가제입니다.



 밝게 빛나는 보름달은 어둠이 깔린 밤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막 잠에서 깬 신혁은 환한 밤하늘을 잠시 멍하게 바라보다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나, 옆에 잠들어있는 이를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점퍼를 걸치며 집을 나섰다. 비축해두었던 식량이 다 떨어졌기 때문에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문을 나서자 싸늘한 바람이 그의 몸을 빠르게 감싸 안았다. 막 잠에서 깼기 때문일까.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며 양팔로 몸을 껴안게 된다. 문 바로 옆에 놓여져 있던 카트를 한 손으로 끌며 신혁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도시의 밤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시간이었다면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건만은, 지금은 오직 그만이 도시 속을 걷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 소리와 카트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메아리되어 돌아올정도로 조용한 야밤의 도심은, 한 때는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두렵고 슬픈 현실이었으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랬던가. 1년의 시간동안 텅 빈 도시에 대한 공포와 혼자라는 슬픔은 점점 무덤덤해져가며 이제는 씁쓸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느긋한 발걸음으로 신혁이 향하고 곳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대형마트였다. 왕복하는데 고작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기 때문에 그가 움직이는 속도는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다.
 덜컹덜컹
 금이 가고 갈라진 도로는 과거의 반듯함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가 끌고있는 쇼핑용 카트도 연신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마저 없었다면 도시의 적막함에 깔릴 것을 아는 신혁에겐 그나마도 고마웠다.
 그렇게 한시간 쯤 걸어 마침내 도착한 마트 안으로 걸어들어간 신혁은, 익숙한 걸음으로 어두운 건물 속에서 식용품 코너로 향했다. 처음에는 손전등이라도 챙겨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없어도 될 정도로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흐흐흐흠~."

 신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진열장 사이를 거닐며 먹을 것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젠 인스턴트 식품정도밖에 먹을 수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먹을 것을 구할 때 정도만이 그나마 기분이 좋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카트에 챙겨넣던 신혁은, 언제부턴가 쿠웅쿠웅 하며 묵직한 충격음이 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며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이 소리가 가까운 곳이 아닌, 굉장히 먼 곳에서 들리고 있다는 것을 그는 빠르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사실은 그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도록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는 좀 더 서둘러 쇼핑을 끝내 마트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트는 도시의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그가 숨어지내는 이 도시는 비교적 신도시에 속하기 때문에, 시외곽으로 빠져나오면 바로 농촌이나 비개발지역이었기 때문에, 신혁은 그가 듣고 있는 소리의 근원이 무엇인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저 멀리 악마가 지나가고 있었다. 족히 십여키로미터 밖에서도 그 외형을 똑똑히 구분할 수 있을만큼 거대한 악마, 가까이에서 본다면 눈으로는 끝과 끝을 확인하기는 힘들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반인반마(半人半馬) 형태의 외형에, 온 몸을 중갑으로 두르고 있는 온 몸이 푸른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는 악마의 모습에 그는 잠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저 강력해 보이는 악마가 들고있는 거대한 창에 얼마나 많은 천사들이 불타오르고 찢겨나갔을지, 상상만 으로도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행운이다. 
 해가 뜰 때즘에는, 그래도 오늘은 기쁘게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면 이야기해 줘야겠네.'

 저 거대한 악마가 조그맣게 보일 정도로 멀리 사라질 때쯤에야 신혁은 카트를 끌고 발걸음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갈 때에 비해 묵직해진 손이지만 그의 발걸음은 되려 가벼워 보인다. 자신이 본 것을 집에서 신혁을 기다리고 있는 이에게 말해주고 싶은 그의 마음 때문이었다. 
 말해준다면 틀림없이 그녀도 기뻐하리라, 그런 마음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먹을 것으로 가득찬 무거운 카트를 끌며 마침내 신혁이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하늘 높이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붉은 날개를 단 악마는 몸을 돌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혁이 무사히 집에 들어갔기 때문에 더이상 그를 지켜주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낮동안 문 밖으로 나서지만 않는다면 아무런 탈 없이 밤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신혁이 알고 있다는 것 역시도 알고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기서 악마와 신혁의 차이는, 악마는 신혁을 알지만 신혁은 악마를 모르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은수야, 나 왔어."

 신혁은 카트를 끌고 집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더이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그의 집은 어두컴컴하기 그지 없었으나, 그나마 보름달의 빛 때문에 직접적으로 달빛이 들지 않는 곳이라도 사물의 위치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잘 다녀왔어?"

 어둠 속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은수, 신혁의 여자친구인 그녀는 방 구석에서 몸을 일으키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신혁은 은수를 껴앉으며, 부들부들 떨고있는 그녀를 위로했다. 1년전 그날 이후, 은수는 혼자 남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세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끊임없는 두려움에 떨었을 그녀의 모습이 상상되자 신혁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누구보다 활기찼던 은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누구보다 활기찼던 여인이었기 때문에, 그 사건으로 인한 충격도 그 누구보다도 컸던 사람 중 한명일 것이다.

 "나 아까 굉장히 멋진 광경을 봤어. 너도 같이 봤으면 좋았을텐데."
 "뭘 봤는데?"
 
 은수의 되물음에 신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마트에서 보았던 거대한 악마의 모습을, 과장을 곁들여 유달리 호들갑스럽게 그녀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생생하게 설명해 줄 수록, 그럴수록 은수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덩치와 웅장하고, 위협적인 외관. 활활 타오르는 푸른 불꽃을 휘감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악마가 들고있는 무시무시한 창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은수에게 설명을 해준다.
 
 "정말 멋지다!"

 신혁의 열정적인 설명이 끝나자, 그의 생각처럼 은수의 얼굴엔 활기가 띠었다. 어두운 집 안에서 상기된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흥분으로 달라올라 있었다. 비교적 조용해진 은수의 지금의 성격 덕분에 크게 내색하지는 않고 있지만 신혁은 그녀가 매우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그 악마를 봤으면 좋았을텐데! 정말 아깝다."
 "그러게. 나도 처음 보는 악마였어. 다음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둘이 같이 말이야."
 "응, 나도."
 "꼭 볼 수 있을거야, 같아."

 그렇게 말을 마친 신혁은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은수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잠시동안 눈을 마주친 신혁과 은수는 가볍게 입맞춤을 나누었다. 그 때 신혁의 뱃속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우리 뭐 좀 먹자. 좀 배고프네."
 
 입술을 뗀 신혁은 다소 멋쩍어하며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은수는 풉 하고 짧게 웃음을 터드렸다.



 ...여기서도 커플을. 원래 안 만드려 했는데 쓰다보니 등장. 지울까(;;;) 하다가 퇴고는 안할 것이라 다짐한 글이기 때문에 자폭으로 진행했습니다 ㅠㅠ 외로운 솔로.. 으으윽.
 배경은, 대충은 이전에 쓴 그 꿈의 내용이 바탕이라 보면 될 듯 합니다. 대신 멸망이란 사건을 행한 주체가 바뀌었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