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문화 생활/Books & Music

[B] [서평20]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지은이 : 이태석.

개구리C 2011. 3. 19. 00:40
 


 밥군이 이 책을 산 것은 꽤나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 1월 중순, G마켓 해외봉사단 15기의 2박 3일간의 오리엔테이션이 마친 이후 집으로 돌아갈 때였으니, 벌써 2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났네요.

 그 이후 이것저것에 치여서 포스팅을 못 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작성해 올립니다. 사실 쌓여있는 포스팅이 꽤 많아요. 필리핀 이야기도 아직 열 편 가까이 남아있고 말이죠?! 

 이 책,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이후에는 고인이 되신 이태석 신부님에 관한 포스팅도 한번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가능하다면 다큐멘터리인 '울지마, 톤즈' 역시도 해볼 생각이고요.

 어쨌거나, 서평 포스팅 갑니다!


 지난 1월 중순 당시,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한 팀원과 함께 들린 서점에서 급 지른 책이었습니다. 마이클 샌델의 [JUSTICE - 정의란 무엇인가]를 사려고 하다가 급선회하여 구입한 책이었지요. 뭐, 결국 지난 2월 13일에 [JUSTICE - 정의란 무엇인가]도 구입하긴 하였습니다. 아직 다 못 읽었지만 말이지요.

 사실 처음엔 좀 긴가민가하기는 했습니다. 밥군이 종교가 없는 탓에, 가볍게 책을 훝어보며 보이는 종교적인 색체 때문에 선듯 사기가 조금 걸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딱히 종교에 대해 편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당시 망설인 것을 보면 딱히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부끄럽게도.

 어쨌거나 같이 갔던 동생의 강추천 덕분에 구입을 하고도 조금은 애매한 책이긴 했으나, 4시간 가량 걸리는 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리고 집에 도착한 새벽 2시 무렵에 곧바로 잠들지 않고 결국 다 읽고 자버렸던 밥군입니다. 불을 다 꺼버린 심야 버스 안에서는 눈이 아파서 읽기가 힘들어서 말이죠.

 정말 읽으면서,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던 책이었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대단하다, 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2001년 수단에 도착하여,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아는 것 하나 없는 미지의 땅에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태석 신부님이 걸었던 길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 모두가 아는, 혹은 화려하고 거창한 기적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일상 속에서 이루어낸 작은,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에겐 인생을 바꿨을 지도 모를 일이니, 이 역시 또 하나의 기적이 아니었을까요?

 
 처음 톤즈에 도착하여 사방에 깔린 환자를 위하여 병원을 지었는데, 수단에서는 자제를 구할 수 없어 못 하나 조차도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조달해야만 했던 일.

 교육을 받지 못하는 톤즈의 이들을 위하여 폐허였던 학교 건물을 고쳐 다시 한번 학교로 부활시킨 일.  

 전쟁과 총성에 지친 아이들에게 음악을 알려주기 위하여 악기를 가르치다가, 수단 최초로 35명으로 이루어진 브라더밴드를 탄생시켜 남수단의 국가적인 행사에까지 초청을 받은 일.

 이 작은 책 한권에는 이태석 신부님의 수단에서 겪고 행했던 일들이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의사가 없기 때문에 직접 진료를 보고 인근 마을로 왕진을 다녀야 했고, 주야를 가리지 않고 환자가 있다면 언제든 진료를 하고 치료를 해주었던 모습.

 나병 환자들을 위하여 세상에서 하나뿐인 그들만의 신발을 주문 제작하여 신겨준 일. 

 마치 눈 앞의 일처럼 그려집니다. 진심이 담긴 글에 사진이 들어감으로써 보다 한결 더 생생하게 느껴지더군요. 


 이태석 신부님은 수단에서 지내는 8년 동안,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의사이며 선생님이었고, 가족이자 부모였습니다. 아픈 이들과 함께 아파해 주었고, 슬픈 일에는 같이 눈물을 흘려 주었고, 기쁜 일은 너나 할 것 없이 웃었습니다.

 그런 이태석 신부님이었기 때문에, 그의 부고에 톤즈의 사람들은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며 슬프하고 오열했던 것이겠지요. 이태석 신부님이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머물며 지냈던 건물을 톤즈의 주민들이 돌아가며 마당에서 잠을 자며 지키고 있었던 것은, 그의 빈 자리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것인지, 그리고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 제작 당시 톤즈를 방문한 영상 제작팀이 찍은 사진으로 생각됩니다. 

 제작진이 건내준 이태석 신부님의 사진을 들고 브라스밴드 단원들은 거리를 행진하며 그를 애도했습니다. 그 행진이 이어질 수록 브라스밴드를 따르는 이들 역시 수가 많아졌었지요. 또한 행진을 지켜보는 이들 중 눈물을 흘리는 사람 역시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행진이나 집회가 금지되어 있다고 하는 수단이었지만, 이 날 만큼은 군부대 역시 말없이 그 행진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군인들 또한 이태석 신부님을 통하여 치료를 받았고, 그의 존재가 어떠한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에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이 책,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와 [울지마 톤즈]를 통해서 종교를 가져볼까? 까지도 진지하게 고민을 했던 밥군입니다. 이러한 분을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네요. (이 후 모종의 사건을 통해 다시 사그라 들었습니다만;;)

 거대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일상을 바꾸고 인생을 바꾼 이태석 신부님이 행했던 일들은 기적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고 믿고 있는 밥군입니다. 요즘같은 세상에서 그러한 일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또 무엇을 과연 기적이라 할 수 있을까요?

 기적이 담긴 이야기.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