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 & 군바리

[군발] 식겁했던 분창(分倉) 훈련.

개구리C 2010. 12. 13. 22:02

 밥군의 자대였던 탄약창의 훈련 중에는 분창(分倉)이라는 훈련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마도 군수 사령부에만 있는 그런 훈련이 아닐까 합니다만, 훈련 내용은 이름 그대로 (탄약)창을 나누는 상황에 대비한 그런 훈련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서 만약 전선이 북쪽으로 향하게 되면 원활한 탄약의 보급을 위하여, 탄약창의 물자와 인원 절반을 북쪽으로 나르는 그런 상황훈련이지요.

 훈련 자체에 대한 상황은... 왠지 언급하면 안될 것 같아서 통과하고, 그냥 훈련 당시 저희들 상황이나 끄적거려보려고 합니다.

 
 밥군이 알기로 이 훈련은 필자가 근무했던 창에서 최초로 행해졌다고 들었습니다. 군수 사령부였던가, 아니면 저희 탄약창이었던가. 어쨌거나 저희 중대가 선봉 경비중대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니었나?;;; 뭐 여튼, 중대 내부에 전시되어진 그놈의 선봉경비중대 깃발-_-덕분에, 정말 여러가지 일이 있었던 듯 합니다;;.


 이 훈련은 전시에 북쪽으로 전선이 올라가게 되면, 창 내에 있는 탄약 중대들과 경비 중대들을 절반은 그대로 있고 다른 절반의 중대들은 물자들과 함께 전방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밥군이 있던 2경비중대는 전방으로 옮겨가는 중대에 속했었지요.

 사실 뭐 훈련 내용이래봐야 별거 없습니다. 그냥 중대 내에 있는거 모조리 다 싸서 차량에 실어올리면 끝이 납니다. 서류 등의 파기할 물품은 따로 모으고, 식기라던가 군장이나 이런 필수품들은 개별적으로, 혹은 중대단위로 모아서 차량에 실어올리는 것이죠.

 상황이 걸리게 되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위장크림을 바른 후 구형 군장을 꾸리게 됩니다. 군장을 다 꾸리면 내무실 물품을 파기와 선적 구분을 하여 밖으로 옮기게 되지요. 그리고 차량이 출발할 때까지 중대 인근에 소산하여 대기하게 됩니다. 이게 전부이죠;;.   

 글로야 몇 자 안되긴 하지만 이게 실제로 해보게 되면 상당히 만만치가 않습니다. 130~140명이 모여있는 중대 막사이기 때문에 그 물품이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훈련이라고 하나, 총기 거치대를 포함하여 거의 모든 비품들이 다 포함이 된답니다.

 이 훈련을 처음 할 때는, 모든 짐을 꾸려 소산하기 까지 약 4시간 반이 걸렸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로간의 업무 분담이 완전히 몸에 베지 않았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가 긴가민가했기 때문이지요.

 이 훈련을 거의 2개월 가량, 한주에 3~4번정도 했는데-_-... 검열이 있기 직전 시기쯤 되니, 준비 완료까지 약 한시간 반도 안 걸리게 줄어들어버리더군요. 처음에는 훈련이라 긴장도 하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긴장이고 뭐고 없습니다. 상황이 발령되면 부시시한 얼굴로 일어나 군복을 입고 위장크림을 바른 후 군장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구형 군장의 경우에는 모포를 길고 둥글게 말아야 하는데, 처음엔 이것을 말기 위해선 두 명이 필요했었는데;; 나중엔 혼자서도 척척 말아지더군요. 적응이란 무섭습니다.

 나중에는 내무실 내의 두 개의 분대가, 막내들끼리 군장 누가 먼저 꾸리는지로 내기를 걸 정도였습니다. 물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태로 말이지요. 막내들도 길어봐야 20분이 채 걸리지 않더군요. 

 그렇게 구형 군장을 다 꾸리는데 약 10분에서 15분 정도 소요되고, 내무실을 비우는 것에 약 20~30분 정도, 그리고 중대 물품을 챙기는데 2~30분이 걸리고 소대별 소산지로 이동하는데 10분정도 걸리더랍니다. 

 최초 실행 당시에는 정말 힘든 훈련이었는데, 그쯤 되버리니 그냥 일상 생활처럼 진행이 척척 이루어지더군요. 소산지 가서 또 끼리끼리 모여 숙덕숙덕 놀고 이야기하고 (...). 

 짬 좀 되는 이들은 가볍게 읽을 책도 챙겨와서 시간 떼우고;; 간식거리도 등장하기 시작하고-_-;;;;;;;;;;. 역시 군대는 군대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적응하면 못할 것이 없더군요.

      
 사실 이 훈련이 짜증나는 점은, 훈련 그 자체보다 훈련 후 뒷정리가 정말 만만치가 않다는 점입니다. 무슨 훈련이든 비슷하긴 하지만, 이놈의 분창 훈련은 할 때마다 중대와 내무실을 대청소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지니 이게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닙니다. 내무실 인원이 약 18명 정도인데, 개인에게 배정된 3장의 모포와 침낭 등을 일일이 털어야 하고, 훈련 중에 군화를 신고 침상을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이 흔적 지우는 것도 꽤 빡쎕니다. 

 훈련 후 차량으로 적재되어진 물품들을 다시 막사 내부로 옮기는 것도 은근히 만만치 않고요. 훈련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경비 인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시작에 비해서 훈련 종료 때는 인원이 되려 줄어들어 있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이 훈련이 있을 때는 산으로 경계 근무를 나가는 것이 더 편합니다-_-;;;. 특히 황금 시간대는 08:00~10:00까지의 시간대인데, 이 시간에 올라가게 되면 어지간하면 훈련이 끝날 때까지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죠. 이전 근무자의 경우는 아침밥을 먹기 위해서 내려와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합니다. 잠은 잠대로 덜 자고 근무는 근무대로 서야하고 훈련은 훈련대로 소화해야하는 최악의 근무타이밍이었다지요;;.

 근데 웃긴 건, 나중에는 훈련 와중에도 근무를 정상적으로 2시간 단위 운영을 했다는 것입니다. 상황 준비가 워낙 이른 시간에 끝나다보니, 근무를 서더라도 아무런 지장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훈련이지만 동시에 일상 생활이 되어버린 그런 훈련이었다고 할까요? 너무 자주 연습을 하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그렇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훈련은 분명 훈련인데, 긴장도 없고 이 뭐...

 어쨌거나 2개월동안 뼈빠지게 연습을 하고 검열날이 되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끝나버리더군요. 군대 검열이야 으레 그래왔지만, 2개월간 연습하고 투자한 시간들이 꽤나 허무해졌던 검열이었습니다. 지프차 한대 들려서 중대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다시 빠져나가더군요. 그리고 들려오는 상황 종료를 알리는 소리. 끄응...

 
 ...그러고보니, 당시 상황이나 끄적거려본다는 것이 결국 왠지 다 말을 해버린 느낌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