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 & 군바리

[군발] 후임이 썼던 한 줄의 글, "구타는 언제쯤 사라질까."

개구리C 2010. 12. 6. 20:08

 밥군이 이등병이었던 05년 전반기때의 일입니다.

 당시, 개인정비 시간을 이용하여 당직사관은 이등병들만을 따로 모아서 번개, 아니;; 이등병의 날 형식으로 시간을 마련해주셨었지요. 이것저것 당직사관이 사준 간식거리를 먹은 후, 저희들은 각각 한장의 종이를 받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나 구타당한 일이 있으면 적으라고 하더군요. 없으면 그냥 비워두고요.

 ...뭐-_- 없진 않았겠지만 어쨌거나 밥군은 그냥 빈 종이로 제출을 하고, 전원 작성완료 이후 다시 내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내무실에서 선임들이 뭐했냐며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그냥 이런 일이었다 라고 말한 후 개인정비시간은 만끽(?)하기 시작했지요.

 잠시 뒤, 당직사관의 '빡친' 방송이 들려왔습니다.

 "이등병들 당장 군장 싸서 중앙 현관에 집합해!

 ...버엉.

 당시엔 아직까진 군장을 싸본 일이 없던 밥군이었기에- 구형군장이었던 터라 모포도 말고 이것저것 달아야했는데 어떻게 말아야 하는지도 몰랐었죠;-, 선임들의 도움을 받아 부랴부랴 군장을 싸서 중앙현관에 집합. 

 그래도 이등병 최고선임(.......................)이라고,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사실 당직사관이 저희 소대장이라 그런 것이 더 크지만 말이죠.

 중앙 현관으로 뛰어나가니, 언제나 웃고 사시던 소대장님이 완전히 굳은 얼굴로 먼저 나와 서 계셨습니다.

 이어 줄줄이 나오는 이등병들, 근무 등을 빼고 약 열 두세명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어쨌거나, 다 모이니까 소대장님 왈,

 "다 뻗쳐."

 ...일단 엎드리고 봤습니다. 그렇게 좀 있다보니까 마음이 좀 가라앉으셨는가 입을 여시더군요. 일단 다시 전원 일으킨 이후, 한장의 종이를 꺼내들며 입을 여십니다.

 "구타는 언제 사라질까? 장난해? 누구야 이거?"

 뒤에 있던 2개월 후임 하나가 잔뜩 쫄은 채로 엉거주춤 손을 듭니다. 소대장님은 그 아이를 한참 바라보시더군요. ...같은 소대, 즉 자신의 소대원이었던 겁니다-_-;.

 "뭐야 이거? 맞았다는거야 아니라는거야?"
 "그, 그게."
 "말 똑바로 해!"
 "안 맞았습니다!"
 "............................"

 조용히 흐르는 정적-_-. 뒤에 서 있던 당직 부사관도, 다른 이등병들도 말을 잃고 서 있었습니다. 잠시 후 다시 입을 여시는 소대장님.

 "그럼 왜 적었어? 소대장이랑 장난해?"
 "그게 아니라, 구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

 ...

 어쨌거나 그렇게, 할 말을 잃은 소대장님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이등병들을 해산시키셨고, 당직 부사관은 한숨을 내쉬며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오자, 이번에도 무슨 일이냐며 선임들이 물어오더군요. "~이런 일이 있었다." 라고 이야기를 해주니, 선임들 역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같은 소대긴 했으나, 내무실이 다른 후임이었지요. 

 (저희 중대는 소대별로 2개씩 내무실을 사용했습니다)

 그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렸던 내무실 왕고가 옆 내무실에 구경가야겠다면서 나갔는데, 곧바로 다시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왈,
 
 "...분위기 안 좋다."

 그 이후의 일은 뭔가 알게모르게 기피하는 일이 되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진 모르겠습니다-_-).


 ...뭐, 어쨌거나 그 소원수리(?)에 적었던 한 줄의 임팩트 강렬한 글귀가 어떤 의미였는지는- 음, 의미심장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