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 & 군바리

[군발] 내무반에서 하극상을 일으킬 뻔 했던 친구의 일화.

개구리C 2010. 12. 5. 00:05

 군대라는 곳은, 요즘이야- 가면 갈 수록 헤이해지고 있다는 말이 들리긴 한나 어쨌거나 계급사회입니다. 나이고 사회에서의 신분이고 그를 떠나서 일단은 군대의 계급이 우선이라는 것이죠.

 (하긴, 풀어지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는 저 때도 그랬고, 제 선임도 그랬을테고- 끝없이 이어지겠지만요?)

 어쨌거나 이런 계급 사회에서, 하극상을 벌여 영창을 갈 뻔 했던 친구의 에피소드입니다.


 군대의 짬밥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시간 중 하나가 아마 취침 전 점호시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밥군입니다.

 계급이 입대에 가까울 수록 딱딱하게 정자세를 유지하고 있을테고, 전역에 가까울 수록 누워있다던가 책을 본다던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자유롭게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겠지요. 

 이런 측면에서, 친구의 부대에선 계급이 상병을 넘어가게 되면 점호 대기중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친구 녀석이 상병을 달고 나서 점호 시간에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한 병장급 선임이 친구에게 태클을 걸더랍니다. 상병 단지 얼마 되었냐고, 상병 나부랭이가 점호 시간에 책을 읽냐고.

 사실 뭐, 단지 그 뿐이었다면 친구도 그냥 "ㅈㅅ"하고 지나갔을 터이나, 그 근처에서 자신보다 1개월 후임인 상병이 책일 읽고 있던 것을 뻔히 보고도 그랬기에 자신에게만 그랬기애 애가 좀 열이 받았나봅니다. 듣자하니, 평소에도 유달리 친구 녀석을 싫어하는 선임이었다고 하더군요. 어쨌거나 그 병장이 평소에 그렇게 대우를 받을만큼 군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군생활이 길게 남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_-; 친구 녀석도 좀 열받아서 말대꾸를 한 모양입니다.

 보통 상황이었다면 그것 만으로도 매장당하기 충분한데, 아무래도 친구 녀석이 평소 군생활을 잘 했고 그 선임이 잘 했던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선임들은 방관 내지 중재하는 위주로 나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분위기가 좀 험악해지더니만, 점호 시간이었기 때문에 목소리는 커지지 못했으나 분위기는 극악으로 치달았던 모양입니다.
 
 당직 사관의 점호가 끝마친 후, 갑자기 그 선임이 일어나 친구를 노려보며 흡사 싸우기라도 할 듯 상의를 하의하기 시작했답니다. 그 분위기를 눈치 챈 친구 녀석도 얻어맞든 치고박고 싸우든 심정을 굳히고서 일어서서 상의를 탈의...하려던 찰나에 그 선임이 입을 열었습니다.
 
 "이 개XX야, 계급장 붙이고 함 붙자!"
 "...?!?!?!?"

 ...

 응?????????????????????????? 으으으응???

 친구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내무반에 함께 있던 선임도 후임도 할 말을 잃었습니다. 모두가 말을 잃었다고 하더군요. 잠시 머엉해져있던 친구놈은, 몇 초정도 지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서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잘못 했습니다..."

 ...

 뭐, 어쨌거나 하극상도 안 일어났고 병영 구타도 안 일어났고, 사과하고 말만으로 지나갔으니 좋은게 좋은 것 아닐까요?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