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 & 군바리

[군발] 군대 말투의 미묘함?

개구리C 2010. 12. 9. 19:30

 군대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면 관등성명을 복창하면서 대답을 합니다. 물론 상위 계급이 부를 때만 말이죠.

 병장이 이등병을 부르면, "이병 홍길동!" 이렇게 말이죠. 근데 이런 관등성명 복창이, 계급- 흔히 말하는 짬밥이 높아질 수록 상당히 재밌어집니다.

 이등병때야 계급과 이름 모두 또박또박 발음을 하게 되지만, 군 생활 경력이 쌓이고 계급이 높아질 수록 요 녀석이 점점 흐려지는 거죠.

 "이병 홍길동!" 이, "병 홍기ㄷ"... 뭐 이런 식으로... 제일 첫 글자만 똑바로 들립니다-_-. 나중엔 아예 계급만 대는 경우도 생기고, 이마저도 발음이 굉장히 불분명해지기도 하죠.

 ...관등 성명 똑바로 대기도 귀찮은거지 말입니다(...!). 병장이라 하는건지 벼자이라 하는건지,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관등성명 복창을 입에 달고 살다보니, 특히나 첫 휴가때라던가 등의 사회로 나가게 되면 초반부에는 예상치못하게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잠을 자다가 부모님이 깨웠을 때 관등성명을 대며 벌떡 일어나게 된다거나, 친구가 불렀는데 계급부터 입에서 튀어나가버리기도 하고. 한 선임의 경우엔, 3차 정기 휴가 당시 복학상태라 학교를 갔는데-_- 교수님이 출석을 불렀답니다.

 "홍길동?"
 "뱅장?"

 .......강의실이 빵 터졌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지요. 거기다가 부산 사투리 작렬하여, 병장이 아닌 뱅장. 
 
참으로 습관이란 놈은 무섭습니다-_-;;;;;.


 얼마 전, 학교 축제 당시 첫 휴가를 나온 후배 한명이 학과 주점에 놀러왔습니다. 그 아이를 보고 반가워서 인사하며 잘 지냈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예, 그렇습니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야, 말투 아직 왜 그래? 편하게 해라. 군대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그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으익. 4개월여만에 군대가 완전히 몸에 스며들어가 있더군요. 그 아이, "~요"를 쓰질 못하더군요. 당최 어떻게 생활했길래 ㅠㅠㅠㅠ. 결국 같이 있는 내내 군대 말투와 함께 하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학교를 오다가 다시 봤는데, 그때도 "예, 그렇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말뚝 박아라 그냥?!

 밥군의 경우는 워낙 빠진 군생활을 해서 그런가, 나오자 마자 말투 싹 잊어버리던데 말이죠. 물론, 방심하고 있을 때 누가 부르면 가끔 관등성명을 대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말이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