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 & 군바리

[공돌] 1학년 새내기 시절, 새터의 추억과 씁쓸한(?) 기억;;

개구리C 2010. 12. 5. 01:52

 공대 엠티나 새내기 배움터(이하 새터)라 하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남자들만 우글우글 거리는 방 안에서 주구장창 술만 마시는 그런 광경이 아닐까 합니다.

 공돌이인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런 이미지는 결코 거짓이 아닙니다. ...진짜입니다-_-?. 끄응.

 
 필자의 새내기 시절인 04년 새터를 떠올려보면 꽤나 즐거우면서도 씁쓸한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뭐, 필자의 실수 때문인 것도 있지만 말이죠;;.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새터 당시의 에피소드를 몇 가지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크게 남는 것은 아무래도 의리게임이 아닐가 싶은데 말이죠.

 다들 아시리라고 생각하지만, 이 의리 게임이라는 놈은- 숫자에 관계없이 팀을 갈라서, 이긴 팀이 만든 술-_-을 진 팀이 모두 나눠 마셔야하 하는 그런 게임입니다. 술 게임에서는 말이지요.

 당시 두 명의 집행부 선배가 양 팀의 대장을 맡아 가위바위보로 팀을 나눴었는데, 필자가 속한 팀은 소수파였고 뿐만 아니라 이어 벌어진 릴레이 묵찌빠-_-에서도 처참히 졌습니다. 얼마나 소수파였냐 하니, 상대는 7명, 저희는 세명이었지요;;;. 그 선배를 쳐서 셋이서 일곱명이 탄 술을 다 마셔야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집행부 선배 한명, 여자 동기 한명, 그리고 저.

 선배는 자신이 선배라며 가장 먼저 술을 마셨는데, 새끼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을 보더군요. 그 다음은 여자 동기였는데, 저를 미안하다는 듯 슬쩍 쳐다보고선 한두모금 마셨습니다. 남은 것이 돌아왔네요.

 양은 냄비 절반 정도 차 있더랍니다. 소주에 맥주에 물에 약간의 음료수까지 섞여서 말이죠-_-;;;.

 지금 생각해보면 실로 어리석고 미친 짓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 당시 술이라곤 맥주 조금밖에 마셔보지 못했던 필자는 그걸 원샷으로 넘겨버렸습니다. 죽을려고 작정했던 듯.

 ...그리고 그 이후 곧장 수면 모드로 돌입 ㄱ-. 다행히 필자의 술버릇은 잠을 자는 것이죠;.

 그러다가 누군가 잠을 깨우길래 힘들게 일어났는데, 야간 행사 일정 때문에 강당으로 모이라고 합니다. 술은 다소 깼으나 속이 미칠듯 미식거렸던 필자는 어기적거리면서 강당으로 향했죠.

 그곳에서 다시 자리에 앉아, 무언가 행사가 진행이 되긴 했는데- 잔다고 기억은 나질 않습니다;;. 그렇게 졸다가 깬 것은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껴서였는데, 화장실을 가려고 깨보니 주위에서 무언가 굉장히 좋은 호응을 보이며 열정적인 분위기더군요. 거기다가 필자의 자리는 가운데에 위치, 빠져나갈 틈이 없었습니다;;.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양 발을 들고- Gg. 다행인 것은(...) 당시 아무도 눈치를 못 챘다는 것이랄까요. 분위기가 워낙 좋았던 것이 제 상황을 가려주었던 것입니다. 뜬금없이 저 때문에 신발에 폭탄을 맞았을 기억나지 않는 동기들에겐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술에 관련하여, 지금까지도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필자의 실수입니다-_-;;;. 저 이후로는 음주량을 확실히 조절한다지요.


 다음으로 떠오르는 에피소는 기억력 160 사건인데 말이죠...;;; 대체 기억력 160이라는 수치가 어떻게 입에서 튀어나온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창 술을 마시던 한 동기가 정신줄을 놔 버려서 고주망태가 되었는데, 그 아이를 챙기기 위해 한 집행부 선배가 왔었습니다. 의리게임에서 필자의 팀장이었던 그 선배 말이죠...

 어쨌든 애를 챙기려고 왔는데, 본인은 끝끝내 안 갈거라고 우겨댑니다. 어떻게든 애를 잠재워야 겠다고 생각한 그 선배는 감언이설로 살살 꼬득이기 시작했지요. 나중에 맛있는거 사주겠다느니, 그런 말로 말이죠;;.

 그 말에 술 취한 동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언배~ 진짜아죠~? 저 다 기어억합니이다아~. 서언배~ 저, 기억려억 160이에에요오."

 ...기억하긴 잘도 기억하더라? 푸헐 (...)

 어쨌거나 그렇게 그 아이를 재우고 남은 인원은 다시 놀기 시작. 첫날에 확 데였던 필자는 이후 술을 입에 대질 않고 있었는데, 그 덕에 아이들을 챙기는 역할을 주로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웩우웩소리;; 찾아보니 좀전에 재운 그 아이가 바른 자세로 누운 채 입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나고 있더군요 ㄱ-. 저와 함께, 종교상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동기 한 명과 그야말로 식겁하여 그 아이를 꺼꾸로 눕혀놓으며 등을 두들겨 주었습니다. 이윽고 다 토했는지, 애가 눈을 뜨더니 저희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고맙다고, 너희가 생명의 은인이라며 이름을 물어보고는 꼭 기억한다고 몇번이고 말하면서 다시 그대로 잠에 들어버리더군요.

 그리고 다음 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아이에게 인사를 하면서 몸 괜찮냐고 물어보니- 누구냐고 묻더랍니다. 

 ...기억력 160은 대체 어디서 튀어난온게야?!
   

 그 이외에는 뭐...-_- 어디선가 다들 비슷한 경우가 있겠지만 말이죠.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욕조에서 잠을 자고 있는 동기라던가, 큰 일을 보기 위해 변기 위에 앉았다가 그대로 잠 들어서 그걸 여선배가 처음 보고는 경악의 비명을 지른 일도 있었고;;. 다른 과에선 계단에서 술 먹고 싸움이 나기도 하고...


 필자의 경우엔, 새터에서 관례행사처럼 진행되었던 PT(?)의 경우엔 그다지 기억이 없습니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니고 그저 행색만 냈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일까요? 뭐, 그거 끝나고 나서 다 함께 뭉쳐서 집행부 선배 한명을 그대로 바닷물에 던져넣은 건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 덕에 폰이 고장났기 때문도 있지만, 던져진 선배가 의리게임의 그 선배라 더 그런듯 (...).

 담력 시험하는 그런 행사 일정도 있었는데, 마지막 조에 속했던 필자의 경우엔- 그 쯤되니 다들 귀찮아져서 그냥 통과시켜서 대체 뭘 한건지도 모르겠네요;;;.  

 동기들과 놀았던 기억들도 어째 된 것이 상당히 약하게만 남아있고, 그저 술에 관련된 일화들만이 남아버린- 필자로서는 다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새터였습니다 ㅠ.


 어쨌거나 새터를 가게 되면, 대부분의 일정이 끝나게 되면 밤을 지새우면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보통이리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학생들이 (본격적으로는)처음으로 술을 마시는 기회이기도 할텐데, 때문에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알지 못하며 주구장창 마신다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폭음을 하는 경우, 혹은 주위의 강압 때문에 술을 억지로 마시게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야 할 새내기 배움터의 시기이기 때문에, 행사를 관장하는 측도, 그리고 참여하는 측도 적절히 마시는 그런 지혜를 발휘해야 겠지요.

 처음이라는 그런 기회로 인하여, 고삐가 풀려버린 채 술을 마시게 되면- 혹은 먹이게 되면 정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새터의 시기가 되면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들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내년 새터 시즌엔 부디, 즐거워야 할 새내기 배움터 속에서는 안타깝고 슬픈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참, 생각해보면 첫 술(의리게임)에서 큰일날 뻔 하기도 했네요-_-;;; 주량은, 몸이 정말 좋아야 간신히 소주 한병인데,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소주 한병 + a를 원샷해버렸으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