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군의 축빠 이야기/그리고 축구.

[FA컵 4강전 리뷰, 그리고 예상?]

개구리C 2010. 9. 29. 22:42

 두 경기 모두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부산은 전남을 3:2로, 수원은 제주와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0:0 (승부차기 4:2 )로 제압하며 FA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결승에 진출한 두 팀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의 가능성이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의 출전권이 걸린 결승전에서 멋진 승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네요.

 결승전은 10월 24일에 열리고, 경기장은 아직 미정입니다.

 아, MOM은 그냥 제 기준입니다.

 포스팅 시작합니다 :-)
 
<빅버드에서 열린 FA컵 4강전 수원 : 제주>

수원 0 : 0 제주
개인적인
MOM : 빅버드 잔디.

 연장까지 가는, 그야말로 피터지는 경기를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까지 끝나고 나니 기억에 남는 것은, 어찌된 일인지 잔디입니다. 잔디예요. 잔디군요.

 한때 시끌벅적했던 주제인(아직도 유효한 듯도?) 전주성과 탄천구장의 잔디도 아니고, 빅버드에서 잔디라니? 다소 뜬금없는 소리인 듯도 하나, 승부차기 끝까지 경기를 보신 분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단번에 이해하지 않으셨을까 하네요.

 사건은 이렇습니다.

 피말리는 경기의 연장 후반까지 마치고서 양 팀 선수들은 승부차기에 돌입합니다. 

 먼저 공을 찬 쪽은 홈팀인 수원, 다카하라 선수. 김호준 골키퍼를 속이며 가볍게 공을 골대로 집어넣는데 성공하지요. 문제는 이후 제주의 첫번째 키커인 김은중 선수가 차면서 발생합니다.

 김은중, 말이 필요없는 K리그의 최고 공격수 중 한명이며, 제주가 1위를 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선수며 또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박경훈 감독님으로선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겠지요.

 실제로 김은중 선수가 준비하기 시작하자 바로 뒤편에 위치한 그랑블루 서포터즈들은 열렬한 응원(?)을 선사해주기 시작했었습니다. 흔들리는 수많은 깃발과 박자는 없는 이런저런 소리들.

 경험이 없는 선수라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그랑블루 서포터즈의 홈텃세(?)에 이중으로 압박감을 보다 강하게 느꼈을 것이고, 그러함은 실패할 확률을 보다 높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다른 선수도 아닌 바로 그 샤프 김은중 선수는 실축을 하게 됩니다. 공을 골대 우측 상단 너머로 날려버린 것이죠. 하지만 실축 이후 김은중 선수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공을 찬 잔디 바닥을 손으로 가리켰고 카메라는 그 자리를 확대하여 비추어 주었습니다.

 ...잔디가, 공이 놓여져 있던 곳 바로 앞에 반듯하게 깔려있어야할 그 잔디가 김은중 선수의 디딤발에 밀려 올라가 있는 모습이 영상으로 똑똑히 잡히더군요. 그 덕분에 김은중 선수의 슈팅은 그야말로 한라산 대폭발 슛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이미 결과는 나버렸고 승부차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후 수원은 호세 모따가, 제주에선 구자철 선수가 모두 성공시켰지만 이어서 수원의 마르시오 선수가 실축을, 제주의 세번째 키커인 이상협 선수는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합니다.

 계속해서 네번째 선수인 염기훈 선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성공시켰으나 제주의 네번째 선수인 네코는, 또 한번의 실축을 전광판에 추가하게 됩니다. 또 다시 임팩트 직전에 디딤발에 잔디가 일어나며 공을 포스트 너머로 날려보내버린 것이죠.

 그 상황에서 수원의 마지막 선수인 양상민 선수가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경기는 수원의 승리로 마무리를 짓게 됩니다.

수원 4: 다카하라(O) 호세모따(O) 마르시오(X) 염기훈(O) 양상민(O)

제주 2: 김은중(X) 구자철(O) 이상협(O) 네코(X)

 
여기서 네코 선수의 슛이 아쉬웠던 점은, 김은중 선수의 실축 이후로는 디딤발을 딛을 때 잔디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전철로 실축을 한 것이었다랄까요. 내딛을 때 보다 조심히 내딛었으면, 잔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은중/네코 선수의 실축 장면. 거의 유사한 형태다.>

 
 
<환호하는 부산의 선수들.>

부산 3 : 2 전남 (1-0 0-1 연전 1-1 연후 1-0) 
득점 : 전 38 유호준, 후 33 인디오 , 연장 전 4 한상운, 연장 전 14 슈바, 연장 후 5 한지호 
MOM : 한지호

 수원과 제주의 경기처럼 승부차기까지 가지는 않았다곤 하나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 전남의 경기도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습니다.

 전반전에 유호준 선수의 선제골로 경기를 앞서나가는 데 성공하나, 후반 10분에 수비수 추성호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인해 퇴장을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산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승현 선수 대신 한상운 선수를 투입하며 공세를 유지하나, 얇아진 수비진 때문이었을까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된 인디오 선수가 후반 33분에 마침내 천금같은 동점골을 성공시킵니다.

 그렇게 전, 후반을 마치고 시작된 연장전. 수비수가 퇴장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체투입된 한상운 선수가 5분경에 추가골을 뽑아내며 황선홍 감독님의 기대에 보답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10분 후, 인디오 선수의 크로스를 슈바 선수가 헤딩으로 동점골에 성공합니다.

 연장전 전반을 마치고 승부차기까지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에, 후반 5분 부산의 이범영 골키퍼가 찬 공이 전남 수비수의 머리를 맞고서 부산의 한지호 선수에게 연결, 역전골이자 결승골을 성공시켜버리며 부산이 최종 승자로 결정되었습니다. 

<경기에 이길 경우 세레머니를 하겠다던 약속을 지킨 황선홍 감독과 부산의 선수들.>  

 수원과 제주, 부산과 전남, FA컵 4강전을 마친 네 팀의 선수들에게 수고하셨단 말씀과 함께 좋은 경기 보여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보진 못하겠지만)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열린 이 경기들이 이제 주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가 또 하나의 관건인데요.

 부산은 대구를, 제주는 경남을, 전남은 강원을 상대로 3일 일요일에 경기를 갖게 됩니다. 23라운드 모두 치룬 수원은 이번 주에 휴식을 갖네요.

 부산은 아직까지는 플레이오프 경쟁을 하고는 있기는 하지만 6위인 전북보다 1경기를 더 치루고서 승점은 9점을 뒤쳐져 있기 때문에 불가능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하고 여겨집니다. 최근들어 전북이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고는 하나 비교적 승점의 여유도 있고,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어 보다 수월한 운영, 그리고 무엇보다 디펜딩 챔피언의 여력이란 것은 결코 무시할 것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비교적 선수층이 얇은 부산으로서는 주중 경기를 준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며 경기를 갖기 않았던 선수 위주의 대구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리그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에서, 주전 선수들의 부상을 피하며 비주전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전남 역시도 비슷한 양상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부산과 다른 점은, 플옵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전남으로서는 FA컵마저 떨어진 지금,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남은 일정에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느냐 또한 중요한 관건이 되겠네요.

 하지만 제주는 위의부산과 전남과는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우선은 상대가 우승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남FC라는 것입니다. 지난 주 포항과의 홈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 사이 경남은 대구를 상대로 홈에서 승점 3점을 챙기며 다시금 추격 가시권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승점차는 5점이나 경남은 제주보다 1경기 덜 치루었기 때문에, 이번 대결의 결과에 따라 같은 경기수에서는 역전당할 가능성마저 생기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역시도 제주보다 한경기 덜 치룬 상태에서 승점 4점차로 따라붙었기 때문에 경남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고요.
 (제주에서 경쟁팀들이 맞붙는 사이, 허정무 감독 부임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인천과 경인 더비를 치루는 서울 역시도 이번 라운드에서 주목할 경기입니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고 4일만에 경기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베스트 11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여유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번 경기처럼 최대한의 전력을 가동할지도 모릅니다.

 이에 경남은 지긋지긋했던 빅버드 징크스를 깨뜨리며 대구전을 합쳐 2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고, 1차전은 창원 홈에서의 무승부, 포스코컵에서는 이미 제주를 격파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원정이라고는 하나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가질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수원에게 일격을 당한 제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박경훈 감독님이 어떤 결정으로 어떤 선수진을 꾸릴 것인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