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 & 군바리

[군발] 배식조, 일명 밥조의 추억.

개구리C 2010. 12. 2. 02:09

 05년 1월, 훈련소 당시 이야기입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대부분이 한번쯤은 겪었을, 밥 조(...)라 불리는 배식조 이야가 생각나서 깨작거려보고 있는데요. 39사단 신병교육 2중대(일명 특공2중대)를 나온 필자의 경우, 배식조라 불렀었습니다.

 역할은 훈련병들 중에 몇몇이 일주일간 식사 배식을 담당하며 동기들에게 밥, 반찬, 국을 나눠주기도 하고, 훈련 때 마실 물을 챙겨가고, 식사 전에 식탁 위에 물병을 올려놓는다거나, 식사 종료 후 뒷정리(세척장 척소 내지 짬처리 등)를 하는 역할이지요.

 필자는 그 중에서 물 관련 일을 담당하는, 일명 물조-_-;;;였습니다. 호칭 한번 단순해서 좋습니다. 허허.


 아마 2주차였나? 그쯤에 저희 내무실에서 배식조에 걸린 것이 필자였는데, 일반적으로 동기들은 이 배식조를 상당히 기피하고 있던 분위기였습니다. 그 이유야 당연히, 쉬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었죠.

 다른 동기들은 개인정비를 하고있을 시간에 뒷치닥거리를 해야하니 꺼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경우엔 이 배식조를 상당히 즐겁게 했었는데요;;;. 이유인즉, 이 배식조를 하게 될 경우 여타 동기들에 비해 훈련을 조금이나 덜 받았기 때문입니다. 훈련 시간을 다 마치기 전에 먼저 식당으로 가서 준비하고, 훈련 시간 시작되어도 뒷정리한다고 늦게 가고- 대략 이런 시간들이 하루에 한시간 조금 안되게 되었을 겁니다.

 안 그래도 훈련받기 귀찮아 죽겠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죠.

 거기다가 같이 하였던 동기들과 꽤나 죽이 잘 맞아 떨어졌었습니다. 조교들과 교관들이 자리를 비우면, 남은 저희들은 노래 부르고 놀고 신이 났더라지요. 거기다가 힙합을 상당히 좋아하는 필자였기 때문에, 동기 중 힙합 매니아(힙덕?)들과 즐겁게 그 일을 감당했었습니다.

 노래부르고 춤추고(필자는 안 췄지만요;; 못 추는거죠 ㄷㄷ) 훈련빠지고 즐겁고- 나쁠 것이 어딨습니까?!

 물론 개인정비 시간이 좀 줄어들고, 여타의 동기들에 비해 내무실 사람들끼리 약간 덜 친해진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요. 개인정비시간의 꽤 큰 부분을 식당이나 취사장, 세척장에서 보내야 했던 필자였기 때문입니다.


 이 배식조의 경우, 일주일 단위로 멤버를 바꿨는데- 이게 담당 조교에겐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끝나갈 무렵에 담당 조교가 저희들을 불러모아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번에 끝나고 한번 더 하는 사람 있으면 내가 책임지고 표창장 추천한다."

 ...오우-_- 사실 필자야, 표창장 이전에 노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에- 그 때 한번 더 할 것이라고 마음을 굳혔었습니다. 같이 배식조를 하던 다른 동기들중 마음 맞는 몇몇과 합의를 보았지요. 한번 더 하자고.

 그리고 또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배식조가 시작되었지요. 그리고... 그리고... 한번 더 한 사람은 필자가 유일했습니다. 으허허허.

 깜빡했다거니, 귀찮다거니, 뭐 다들 그런 이유를 대면서 발을 뺀 것이죠 ㅠㅠㅠㅠㅠ. 합의를 봤던 동기녀석들도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외면해버리더랍니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냐는?!;;;

 어쨌거나 그렇게 또 한 주 지나갔습니다. 배식조 두번재 주는 그다지 재미가 없더군요. 이야기를 하기엔 부담이 있는건 아니지만, 마음이 맞는다고 느끼는 동기는 없었습니다.

 때려치워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담당 조교가 저를 따로 부르더군요. 아, 기억났다. 김동X 조교!;;; 그러고보니 자대 가면 편지 쓰겠다고 했는데, 아뿔싸-. 이것도 이제 기억나네요 ㄱ-;;;.

 어쨌거나 저를 부른 그 김 조교(...) 아저씨(.......;;)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한번 더 하라고.

 ...

 단번에 싫다고 했지요. 물론 딱 잘라 말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둘러둘러 말했습니다. 동기들의 배신으로 상처입은 저의 마음은 조교의 말 한마디로 치유되기엔 너무나 지쳐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혼자 심심했다 이거지요-_-)a. 에잇 망할 녀석들 ㅠ. 지하철에 앉았더니 할머니신지 아줌마인지 저~엉~말~ 애매한 분이 널 지켜볼 것이야!;;; ...으음?;;;

 어쨌거나 그렇게 말했더니, 표창장 꼭 추천해준답니다. 믿으랍니다. 그러니까 한번 더 하랍니다.

 하지만 저는 남자답게, 초지일관의 자세로 제 뜻을 관철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한번 더 하겠습니다."

 필자는 처음에, 재밌어서- 훈련 째는게 좋아서 즐겁다고 했었죠. 바로 그 첫 뜻을 밀고 간겁니다(...). 뭐, 중지일관(中志一貫)이라거나 그러진 않았으니까요 : ).
 
 ...죄송합니다 - _-);;;; 어쨌거나 그 덕에 좀 더 조교와 노닥거리면서 훈련을 덜 하기도 했죠(...). 일 한다는 핑계삼아 일부러 둘이서 보다 늦게 가기도 하고 말입니다 = _ -;;;.

 배식 후, 아이들이 먹지 않은 맛김을 모아 주머니에 몰래 찔러넣어 가기도 했고. 쿨럭...
 
 사실 첫번째 배식조 이외의 다른 두번의 배식조에선 그다지 재미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되려, 내무반 동기들과의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해서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었고요.

 그래서인지 네번은 시키진 않던 김 모 조교였습니다. 네번이나 시키기엔 본인도 좀 움찔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남은 훈련소 기간은 배식조가 아닌 일반 훈련병으로서 지냈는데, 이후 필자는 언급되었던 표창장에는 신경을 끄고 살았습니다. 사실 받으면 좋긴 하겠지만;;; 좀 가망이 없어보였다, 랄까요?

 당시 39사에선, 한 기수당 5장의 표창장을 수여했었는데- 다는 기억 안 나지만, 상점 최고득점자가 한장, 배식조 조장 중에서 한장 등으로 말이죠. 사격 최우수자도 있었던가? 나머지 세 장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이 남지가 않네요.

 상점 최우수자 같은 경우엔 같은 내무반 동기였기 때문에 명확히 기억이 납니다. 05년 1월 군번 72번(71번이었나?) 훈련병 박민호씨, 어디선가 잘 살고 있나요...? 보고 싶구려 ㅠㅠㅠ. 왜 자네 이름도 이제야 이렇게 명확히 기억이 나는거지;;;. 

 
 어쨌거나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퇴소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배식 담당 김 모 조교가 저를 따로 부르더군요.

 그가 씨익 웃으면서 제게 말했습니다.

 "너 표창 한장 탄다.

 ...

 헐, 대-박-. 

 그 말 듣고 헐- 싶더랍니다. 설마 진짜로 받게 될 줄이야.

 알고보니, 배식조장에게 돌아갈 한 장의 표창장을 김 모 조교가 중대장에게 건의하여, 정말로 제게로 돌려주었더군요! 땡잡, 아니 감동이었습니다 ㅠㅠㅠ!. 

 저는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한 후, 자대 가면 편지하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김태희 편지지로 쓰라고 웃으며 말하더군요. 김태희 편지지가 문제겠습니까? 당연히 그러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만 못 쓰고 말았지만요. 죄송해요오...


 어쨌거나, 사단장 표창이었던 탓에, 제가 받았던 표창장은 무려 2성 표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투스타요 ㅋ.

 덕분에 자대인 탄약 사령부 예하 11탄약창 2경비중대로 간 후, 100일 휴가 당시 1박을 붙여서 5박 6일간의 첫 휴가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약 1200여명의 탄약창 인원중에 저 혼자서 휴가를 나오게 되버렸던 것이랄까요? 무려 원사님이 1호차로 저를 인근 마을까지 태워주셨던 -_-;;; 

 혼자 나온 덕분에, TMO가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필자는 지금같이 인상되기 전 월 2만원? 가량의 월급의 상당부분을 창원행 기차표를 끊는데 사용해야 했습니다. 보통 때라면 선임 몇명은 같이 나와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밥도 사주고 그러던데 말이죠...

 
 그 2성 표창장, 지금이야 잃어버려서 어딨는지 당최 보이지도 않지만. ...자대에 놔두고 온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어쨌거나 지금까지도 연락이 닿는 한 훈련소 동기와 이야기할 때면 그 에피소드가 간간히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 동기, 알고보니 같은 대학교 같은 건물의 다른 과더군요.

 필자보다 한살 많은데, 동기였던 탓에 초장부터 말을 놓고 지냈던 터라... 형이라 부르고 말은 낮추고 있는 그런 사입니다. 사실 지금도 말을 완전히 낮추지는 못하고, 끝을 애매하게 흐리뭉퉁하게 끝맺어버린달까? 말을 높이면 되려 말을 낮추라고 해서 : ).


 정말, 훈련소 때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많았네요. 일단 훈련소 에피소드나 간간히 모아봐야겠습니다. 또 무슨 일이, 사건사고가 있었는지요.

 훈련소 시절, 그 땐 몰랐지만 정말 즐거웠는데 (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