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문화 생활/쓰기.

어느 날, 갑자기 인류는 멸망했어요.

개구리C 2010. 9. 21. 05:15

어디서 본거나 들은건 아닌데-_- 꿈이었는지
아니면 자기 직전의 공상이었는지
둘 중 하난데 어쨌거나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랍니다.
뭔가 시니컬...?
어찌보면 꽤나 엄한 내용이기도 한데-_-;
...&, 저 무신론은 아니지만 종교는 없음요 'ㅅ';;;
그냥 떠오른? 꿈꾼? 이야기;



XXXX년 12월 31일.
마침내 인류는 멸망을 맞이했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천사같은 악마들이 내려오더니
사람들을 빠짐없이 지옥으로 잡아가 버리고 말았답니다.

마침내,
악마가 최후의 한 사람을 잡아가기 위해
그의 앞에 내려왔을 때,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며 외쳤어요.

"아아, 신이시여! 어찌 저희에게 이런 결말을 주시나이까!"

그 사람을 잡아가려던 악마는 그의 말을
듣자 껄껄 거리며 웃었습니다.

이런, 천사같은 악마의 웃음소리는
천상의 음악과도 같네요.

"인간아, 내가 그 이유를 알고 있구나.
궁금하면 들어보겠느냐?"

죽음이 맞닿아 있는 와중에도 그 이유가 너무나도 궁금했던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악마는 재밌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너희가 이런 결과를 받게 된 것은 이 세상엔
더이상 신이 없기 때문이란다.

신이 있었다면 네 말따라 어찌 인류가
이런 종말을 맞이했을까."

악마의 말에 그는 저도 모르게 버럭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악마가 있는데 신이 없다니 말이 되오! 하고
말이예요.

처지를 잊은 듯한 그의 외침에 악마는 그마저도
여전히 재밌는 듯 싱글벙글 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어요.

"말하지 않았느냐. 더 이상은 없다고.
불과 얼마전까지도 분명 신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 말에 최후의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악마를 쳐다 봅니다.

악마는 자신의 말을 이어갔어요.

"너희들의 무수한 죄가 천국을 뒤덮고,
너희들의 무책임한 고해가 신을 억눌렀고,
너희들의 무분별한 기도가 쌓이고 쌓여
마침내 신을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단다."

그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악마는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습니다.

"우리 악마조차 해내지 못한 일을 인간들이 
마침내 해냈으니.
 과연, 인간에겐 불가능이란 없다는 말이
허언만은 아니구나."   

입조차 뻥긋하지 못하는 그를 바라보며
악마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습니다.

"지옥의 모든 악마들을 대신하여
지상의 유일한 인간에 고마움을 표하마."

그리고 악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그를 데리고 지옥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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