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군의 축빠 이야기/경남FC

K리그를, 경남FC를 좋아하는 이유는...

개구리C 2010. 10. 4. 00:15

 K리그라는 걸 처음 본 시기는 아마 초등학교 시절이라 기억하네요. 당시에는 경남FC가 없었기 때문에, 구 천안 일화(현 성남 일화)를 가장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마인드라면 그나마 지역연고팀에 가까운 부산의 프로팀을 좋아해야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그 당시의 제게 있어 최강의 포스를 발휘했던 팀이 천안이었던 듯 하네요. 경기를 챙겨보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공부에 치이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또 놀아야 하니가 축구 시청과는 담을 쌓은 생활을 하게 되었고요. 그나마 중학교 때엔, 창원 종합 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를 아버지와 함께 간간히 보러 가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팀 경기가 아니었던터라 되려 관심이 떨어지는 그런 관람이 되어버렸다랄까요?

 그러다가 축구에 보다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많은 분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었던, 월드컵이라는 행사를 범국민적 축제로 승화시켜버린 2002년 한일 월드컵입니다. 그 때의 환희와 기쁨 등은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얼마나 더 느껴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02년도 월드컵, 한국과 일본의 국기가 나란히.>

 이후로는 K리그가 아닌 국가대표 축구의 팬으로 활동을 하게 되다가, 박지성 선수가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고 이영표 선수마저 토트넘 핫스퍼로 가게 되면서는 EPL을 시청하게 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과 전 토트넘 핫스퍼 이영표 선수.>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무렵의 축구 관전은, 맨유와 토트넘이라는 팀을 향한 애정이 아니라 박지성 선수와 이영표 선수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만 경기를 챙겨봤던 시절이 아닐까 합니다. 때문에 두 선수가 결장하기라도 하면 감독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면서 지체하지 않고 잠자리로 들어갔기도 했고요. 

 매일같이 각종 포탈에서 해외 축구 기사를 찾아보면서 어지간한 소식에도 빠싹했던 시절이었던 듯 합니다만, 그 구단을 좋아해서 했던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불과 작년 전반기까지만 해도 지인들에게서는 해외축구의 소식통으로 불렸던 필자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아마도 시작은 군 복무 시절 무렵으로 기억합니다만은.

 어느 순가에 들은 생각이, '내가 왜 잠도 안 자면서 남의 나라 경기를 챙겨보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지금도 박지성 선수가 나오면 좋습니다. 이청용 선수가 잘 뛰어주는 것도 기쁩니다.

 하지만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 인생을 살면서 한번 갈까말까한,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은 팀의 경기를 잠도 안자고 챙겨봐야 하는가 싶더군요.

 물론 이 말이 그 팀의 팬분들께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당시의 스스로의 생각이었을 뿐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팬이 된다는 것은 국적도 나라도 필요없이 마음과 관심, 열정만 있으면 되니까요. 어느 나라 어느 팀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말하는 건 아니랍니다~.

 어쨌건, 그때의 제게는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이 있을 뿐, 그들이 뛰고 있는 팀에 대해서는 어떠한 애정도, 열정도 없었습니다. 그저 한국 선수가 뛰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관심만이 있었을 뿐이지요.

 그런 생각이 들자 축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K리그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바로 얼마전인 06년, 경남의 도민구단경남FC가 창단이 되었던터라 눈과 관심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하더군요.

<깔쌈하게 바뀐 경남FC의 엠블렘.>

 저같은 경우엔 스포츠의 종목을 따지기 보다는, (당연히 다들 그러시겠지만)좋아하는 종목, 그리고 지역 연고팀을 따지는 편입니다. 때문에 마산창원(현재는 통합 창원시)에서도 인기를 끄는 부산 롯데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덜한 편이기도 하지요. 이기면은 좋지만 져도 무덤덤, 그런 상태? 롯데는 창원이 아닌 부산의 팀이니까요.

 (창원 연고의 야구단이 생기면 모를까, 그 이전까지는 아마 이런 상태로 있을 듯 싶네요.)
 
 이런 이유로 K리그의 경남FC, 내셔널 리그의 창원시청, 프로 농구의 창원LG의 경기를 챙겨보는 1인이라지요.

 연도  기록
 2006  K리그 12위
 2007  K리그 5위
 2008  K리그 8위
 2009  K리그 7위
 2010  K리그 3위(현재 24라운드 종료)

 창단한지 2년만에 리그 상위의 기록을 달성해내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내는 기염을 토한 경남FC였으나, 지난 2년간은 간발의 차이로 안타깝게 진출에 실패했었죠. 그것도, 지난 2년은 리그 마지막 상대인 전북을 상대하였고 이겼다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안타깝던.

 올 시즌 후반기, 창원홈에서 3:2로 전북을 꺾기 전까지 정말 연패를 달렸죠. 그것도 중요한 고비마다 팍팍. 천적이예요, 천적. 경남팬으로선 정말 전북 싫어요 ㅠㅠ. 하지만 K리그 팬으로는 볼 땐 전북 좋아합니다 ㅋ.

 사실 이전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2년의 시간은 그저, 좋아해보자~ 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경기장을 자주 간 것도 아니고 말이예요. 그러던 제가, 본격적으로 경기장을 챙겨 다니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었습니다.

 경남 팬분들에겐 뼈아프게 기억되는 09년도 K리그 전반기의 부진 시기에 뭔가 끈이 당겨진 그런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진짠지 가짠지는 스스로도 애매한 점이긴 한데, 전 이상하게 시작할 때는 강팀보단 약팀을 선호하는 스타일인 듯 싶습니다-_-;;;. 

 어쨌거나 09년부터나마 매경기 안타깝게 찾아갔던 한 팬이었기 때문에 후반기 들어 몰라보게 달라진 조직력과 경기력에 보다 환호하고 기뻐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가공할 경기력을 자랑하며 조광래 유치원을 타 구단의 경계 최상위로 올려놓은 현 조광래 국가대표 감독님껜 아직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구단을 꾸려낸 전 경남FC감독의 조광래 감독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2010년, 쉬지않고 리그 상위 그룹에 이름을 올려놓은 경남FC의 모습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쁘던지.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경기장 중 하나인 창원축구센터2010/09/14 - [GNFC & FootBall/K-League] - 창원 축구 센터를 주경기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며 팬으로서의 자부심은 한층 강해졌다지요^ㅁ^.

 그러다가 지난 울산 전에는 가입을 망설이고 있던 경남FC의 서포터즈에 가입하기까지에 이르었습니다. 아직은 서포팅에 한번밖에 참여하진 못했지만-_-;;(대구전은 생일날이라 학과 동생들과 같이 관전을.) 짧지만 깊은 시간동안 좋은 동생들을 만날 수 있었죠. 앞으로도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2주 뒤의 홈 경기를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한아, 고마워 ㅋㅋㅋㅋ 너야 못 볼테지만 일단 여기다가 적어놓는다 ㅋㅋㅋ;;)


 K리그를 좋아하고, 경남FC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것들이 제 생활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어찌된 탓인지 해외 리그보다도 소식이나 경기를 보기 힘든 미묘한 환경이긴 하지만, 제가 조금만 더 신경쓰고 조금만 더 애정을 기울인다면, 바로 곁에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죠.

 티비와 인터넷 화면으로만 저 멀리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다 같이 환호할 수 있는 그런 리그가 K리그입니다.

 K리그가 재미없다, 라고 하시는 분들. 네 맞습니다. 

K리그는 재미가 없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분들께는 말입니다.

 어떤 종목이든, 어떤 리그라고 하더라도 관심이 없으면 제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고 경기라 하더라도 재미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해외축구에 비해 방송을 접하기도 비교적 어려운 K리그이고, 세계 3대 리그라 불리는 나라들에 비해서는 카메라 기술 역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중계를 본다고 하더라도 관심이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엔 다소 부족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제아무리 훌륭한 경기장과 경기 내용,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중계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가 관심이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엔 힘든 것이 바로 스포츠며 축구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비단 축구가 아니라 그 무엇을 하더라도,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직접 머리가 아닌 몸으로 직접 겪어봐야 하는 것.

 설령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 체험을 해보지 않는다면 대하는 태도와 감정은 사뭇 다르기 마련입니다.

 
 축구는 재밌지만 K리그는 재미없다고 하시는 분들께, 그리고 K리그를 보고싶은데 재미가 없어서 못 보겠다고 하시는 분들께는 우선은 자신의 팀을 갖고 조금의 관심을 나누어줘 보시는게 어떨까요?

 만약 관심을 가지셨다면은 티비나 인터넷이 아닌, 가끔씩이나마 집 근처에 위치한 경기장을 찾아 맥주 한 캔, 통닭 한조각 걸치며 자신의 팀을 응원해 보시는 것이 어떨가요? 

 서포터즈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응원에 자신의 작은 응원을 조금씩 더해주면서 팀을 응원하면서 승리에 함께 기뻐하고 패배에 같이 아쉬워하는 그런 모습. 그 현장 속에 자신의 모습을 더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분명 부족한 점도 많은 리그일 수 있으나, 수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며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팬들에겐 그 어떤 리그보다도 자랑스러운 리그입니다. 지지를 보내는 분들에겐, 최강의 팀은 아니나 최고의 팀입니다. 그들의 자랑이며 자부심입니다.

<필자에게는 자랑인 리그이며 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