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군의 축빠 이야기/경남FC

경남FC, 결코 무너진 것이 아니다!

개구리C 2010. 10. 10. 16:39

 다음 축구를 뒤적거리다가, 토론글 하나를 읽게 되었습니다.

 "경남FC 김귀화 감독대행의 문제점" 이라는 글입니다. 경남팬인 저는 머리보다 손이 먼저 클릭 ㄱㄱ.

 글을 읽고나서 느낀 것은, 아무래도 팬의 마음이라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인 모양입니다. 저 역시 느끼고 있던 점들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글의 작성자 분과는 다르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즌 도중에 감독이 바뀐다는 것(대행 체제라고는 하지만)은 그 팀 전부를 뒤흔들 수 있는 크나큰 사건입니다.

 실제로, 국내건 해외건 축구를 지속적으로 봐오신 분이라면 그런 케이스를 적잖게 보셨겠지요. 최근 국내에서 그러한 경우를 찾으라면 단연 포항의 부진이 아닐까 싶네요. 파리아스 감독 시절 극강포스를 달렸었던 포항이, 레모스 감독 체제에서 어떻게 무너졌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수원 역시도 윤성효 감독님 부임 이후 멋진 경기력으로 수원다운(?) 위용을 되찾기 시작했고요.  

 차이라면, 포항의 경우는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고 수원은 리그 최하위권에서 7위까지 상승을 했다는 것일까요? 
 
<매직이라 불리며 포항의 아챔을 이끈 파리아스와, 포항의 부진을 이끌어 낸 레모스.>

 레모스 감독 같은 경우엔 부진도 부진이지만, 포항이 추구하던 스틸러스 웨이와는 동떨어진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튼, 감독의 변화는 팀을 곤두박질치게도, 날개를 달고 솟아 오르게 만들 수도 있는 큰 변화입니다.

 포항의 그런 변화를 직접 느꼈던 경남FC였던 것일까요? 조광래 감독님이 국가대표팀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남은 시즌은 다른 이를 감독으로 위치시기보다는 조 감독님을 보좌하고 계시던 김귀화 코치님의 감독대행 체제로 마치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물론 이 와중에, 한 때 김호 감독님의 취임설이 나돌기도 하였으나 결국 감독 대행체제로 확정되어져 버렸지요.
 
 이후 경남의 전술에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오게 됩니다. 조광래 감독님이 애용하셨던 3백 전술을 대신하여 4백 전술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면 변화일까요(이후, 3백 전술의 붙박이 주전이었던 이용기 선수는 보기가 매우 힘들어져서 슬픈 필자입니다ㅠㅠ).

 수비전술 뿐만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어느 정도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미드필더를 거치는 짧은 패스 위주의 아기자기했던 움직임에서 롱볼 패스가 보다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전술의 변화때문인지 아니면, 루시오 선수 등의 전방 공격수들의 골이 확연히 줄며 2선으로부터 터지는 골이 득점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저런 변화는, 조광래식 축구에 익숙해져버린 경남FC의 팬에게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변화로 바뀌지도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경남FC가 무너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의 제목 자체가 조금 많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필자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시작하여 포텐이 터진 조광래 유치원은 이번 시즌 조 감독님이 계실 때까지는 그야말로 발군의 경기력을 발휘했습니다. 세밀한 패스와 강한 압박으로 어느 팀과 붙어도 쉽게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리하던 경남FC의 모습 덕분에 팬들은 어느 사이부턴가 이기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경남FC의 고공비행을 이끌었던 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님.>

 사실 이 시점에서는 저건 상당히 민감한 말이라 생각하기는 합니다. 때문에 원래는 시즌 종료 이후에 쓰려고 했던 포스팅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느 팀이건 승리한다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기지 못한 것이 이상하다, 라는 생각은 꽤나 위험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한 경기를 해주었다는 것이 아닌, 승패에만 촛점을 맞춰버리게 된다면 어느 사이엔가 초심과는 다르게 변해있는 마음을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제주와 서울, 우승 경쟁과 아챔 직행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두 번의 원정경기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당한 경남FC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는 하나 김귀화 감독대행 체제 이후의 전적은 그렇게 나쁜 성적이 아닙니다.

 팀의 기둥이자 중요한 전력이었던 조 감독님이 떠났을 때, 대부분이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 위주로 이루어진 경남FC가 결코 가볍게 흔들렸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김귀화 코치님께서 어떤 노력을 했을지는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김귀화 코치님이 아닌 다른 감독님이 오셨었더라면 이후에는 보다 큰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술의 변화를 떠나 다른 감독님이 부임하였더라면, 어린 선수들 위주기 때문에 그들의 흔들림을 막아내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광래 감독님 곁에서 선수들을 직접 보고 함께 지내온 분이 바로 김귀화 코치님이셨기 때문에 감독 자리의 공백을 이만큼씩이나 감당해낼 수 있지 않으셨을까요?

 
 현재 경남FC의 전력은, 시즌 전 조 감독님이 말하셨던 대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수준임은 시즌을 통해 검증받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전력이 구단의 성적과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개인으로 존재하는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 팀으로서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시즌 내내 흔들림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때 비로서야 그것이 성적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단련시켜주며, 아버지처럼 지내왔던 조광래 감독님의 부재가 프로로서 경험이 적은 편인 경남FC의 어린 선수들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 함께 했던 시간이 어떠하였을지 가늠할 수 없는 일개 팬인 필자로서는 감히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조광래 감독님의 부재로 인해 일은 공백과 선수들의 혼란을 이만큼이나 수습해 내고서 아직도 순위표 상위권에서 경남FC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 내신 김귀화 코치님의 능력은 단순한 경기의 성적만으로는 평가할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는 필자입니다. 하물며 그렇게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되어서야, 선수 뿐만이 아니라 코치님 본인께서도 크게 흔들리셨을 것이라 생각하는 저였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지도.

 한 팀의 팬으로서, 특히나 일주일에 한 경기, 많아야 두 경기가 열리는 축구팬에게 1승과 1패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응원하는 팀에게 격려를 보내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평을 하는 것 역시 팬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경남FC 팬에게 필요한 것은, 1승과 1패라는 성적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마지막까지 믿고 지켜보며, 흔들림을 바로 잡으며 이기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뒤를 굳건히 받쳐주는 것이 아닐까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신을 믿고 지지합니다. : ) >  


...사실 뭐, 이런 글 적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아쉬워서 푸념거리를 늘어놓는 것이라 보일 수도 있으나, 기분 탓이겠죠... 뭔가 다 표현 못한 느낌이 ㅠㅠ... 부족한 글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