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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8]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지은이 : 오가와 요코

개구리C 2010. 12. 10. 00:22


 이번 책은 오가와 요코의 책, "박사가 사랑한 수식"입니다.

 물론 책이야 집에 있길래 본 것이지만,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밥군이 공돌이이기 때문이지요. 바꿔 말하면, 수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밥군이기 때문입니다 : ). ...으음? 뭔가 시작과 론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냥 기분탓이려니하고 넘어가기로 하지요.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의 느낌은,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읽은듯한 그런 감동과 편안함이었습니다.

 읽기 전에는 수학의 수식들이 저를 긴장시키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의 수식들은 학문으로서의 수식이 아닌 박사의 마음을 알려주고 또한 박사와 다른 이들을 이어주는 따스한 매개체로서 서술되어집니다.

 박사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환자입니다. 수학자이며 또한 야구를 사랑하는 박사는 과거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 뇌를 다쳐버리면서 사고 이전의 기억들은 가지고 있지만, 사고 이후로는 80분마다 기억이 '리셋'되버리는 것이지요. 그런 박사와, 박사를 돌봐줄 가정부 여인인 "나", 그리고 그녀의 아들인 루트의 이야기가 책이 진행되는 내용입니다 : ).

 루트라는 별명은, 박사가 아이의 머리가 수학 기호인 루트의 윗부분마냥 평평하다고 하여 붙여준 별명인데, 이 아이와의 만남은 박사에게 있어 매우 특별한 의미가 되었습니다. 가정부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그는 아이를 혼자 두면 안된다고 하여 그녀가 일하는 동안에 자신의 집에서 함께 있도록 권유를 하게되며 만난 것이죠.

 영화 메멘토에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은 자신의 몸에 직접 과거의 흔적을 기록하였듯이 박사는 자신의 옷 위로 메모지를 부착하면서 자신의 기억을 불분명하게나마 보전합니다.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은 가슴쪽의 주머니 위에 붙여두는데, 이 루트 라는 아이의 기록이 이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요.


  과거의 교통사고 이후로, 박사는 나이를 먹어가지만 동시에 나이를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80분마다 기억을 잃게되며 매번 새로운 사람이 되지만, 그러나 박사는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입니다. 매 순간마다 루트를 아끼며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자신의 병을 알게 된다면, 절망할 수도, 좌절해벌 수도, 분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것 또한 잊혀지리라 생각하게 되면 어쩌면 그 이상의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박사는 꾸준히 '자신'을 '자신으로' 지키며 유지합니다.

 과연 밥군이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나라면 저럴 수 있었을까? 하고요.

 하지만 박사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자신으로 지켜나가면서, 동시에 변화하기도 합니다. 80분마다 리셋되는 인생에서 가정부인 "나"와 루트의 존재로 인하여 보이지 않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나"와 루트 역시 박사와 함께 하는 시간들에 점점 변하게 됩니다.

 그러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차가울 수 있는 수식을 이용하여 더할나위없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오가와 요코의 책, 박사가 사랑한 수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