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활동/15Th G마켓 해봉단

[G마켓 해외봉사단 15기] 벌써 반년이 지나버린 필리핀에서의 시간, 그리고 그 이후.

개구리C 2011. 8. 22. 04:42


















 벌써 반년이 지나갔습니다. 밥군이 다녀온 15기 활동을 넘어 16기까지 활동을 모두 끝낸 G마켓 해외봉사단을 끝마친 것이 말이죠. 지난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폭설로 몸살을 앓았던 한국을 떠나 필리핀으로 향하는 4시간의 비행기를 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났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과 함께 그 사이에 무엇을 했는가 싶어 멍하게 웃어보기도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적으려고 했던 것은 하~~~안참 전부터긴 했습니다. 다녀온지 6개월이 지나서 적는 밥군이 게을러터진 것이죠. 하지만 이 글은 '안' 적은 것도 있지만 '못' 적은 것도 있습니다. 몇 차례 정리를 해보기는 했습니다만 썩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그려내지 못했던 탓에 취소하기를 반복했었어요. 뭐랄까, 마음에 들지 않게 적기에는 반년 전, 10일간의 시간들이 너무나 의미가 깊었기 때문입니다. 그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글을 적기엔 스스로도 만족을 못했던 것이죠.

 근데 지금은 그것을 포기했습니다. 이러다간 평생동안 안 적겠다 싶어서 말이죠. 그래서 아예 그런 생각없이, 떠오르고 마음과 손이 가는대로 글을 적어봅니다. 글이 두서가 없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해 주세요.

 (사실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선기수를 거친 사람들 중 몇몇이 자소서나 감상문을 '팔고' 있는 것을 목격했고, 은근히 많은 분들이 '산' 것을 보고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뭐랄까. 그분들의 상황을 알지 않고 적기엔 조금 격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매매의 행위가 제게 있는 소중한 무엇인가를 더럽혔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녀온 밥군이야 그 시간들이 얼마나 큰 경험이자 유익한지를 알고 있기에 일면 납득하면서도 동시에, '봉사활동'이라는 매개물을 금전적인 거래로 사고 판다는 것은 씁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G마켓과 코피온, 그리고 15기 해외봉사단 필리핀팀 MIP로서의 시간들. 


 솔직히 말하자면 밥군은 9박 10일동안 한 것이 없습니다. 함께 다녀온 팀원들이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해요(웃음). 

 약간(?)의 불면증을 4년 가량 앓고 있는 밥군인 덕분에 하루에 보통 3~4시간만을 간신히 잘 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한 시간도 잠들지 못하는 새벽 3시 반이네요.


 어쨌거나 그런 밥군이었는데, 필리핀에서는 놀랍게도 잠을 너무 잘 자고 왔습니다. 그 덕분에, 그 사실에 너무 만족해 하면서 '함께' 하는 활동을 했다기 보다는 '홀로' 만족하는 활동을 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가서 띵가띵가, 에헤라디야~ 하면서 놀아버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뭐랄까아- 20명의 팀원들의 활동 속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고나 할까요? 

 팀원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고 아이들과 정을 쌓아가는 동안, 저는 그 뒤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나름대로 받쳐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봐야 팀원들이 움직일 것을 제가 한번 더 움직여주고, 목이 말라보이면 물 한잔 건내고 어깨 한번 주물러주고, 사진에 담기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찍어주려고도 노력했습니다. 물론 팀에 사진 담당 팀원이 있었지만, 정작 그 팀원의 사진은 쉽게 남겨가기 힘들었기 때문이죠. ...어? 진짜 한거 없네? 어쨌거나 그랬습니다. 

 저는 필리핀으로 가기 전에 아이들과 정을 쌓지 않으려고 작정을 했었습니다. 자만이라면 자만이고 오만이라면 오만일 수도 있지만, 제가 정을 쌓게 되면 활동을 마친 아이들이 그만큼 저로 인하여 외로워하고 힘들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죠. 굳이 제가 아이들과 친해지지 않더라도 다른 팀원들이 대신 쌓아줄 것이라고도 생각했고요. 하지만 그러한 작심을 잘 이룰 수 있을까를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히 해결되어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필리핀으로 가자마자 말도 없어지고 조용조용해져버리더군요. 평소의 제 모습을 아는 친구들은, 제가 조용히 지냈다고 하자 코웃음을 치며 비웃(...?!)어 주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예상외인 덕분에 반박하기 참 뻘쭘했던.


 팀원들을 뒤에서 바라보고, 필리핀, 그 속의 안티폴로라는 지역과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은 더 '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를 돌아볼 수 있는시간을 오랫만에 여유롭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군 복무 시절에 천안시를 바라보며 멍 때리던 근무 시간 이후로는 참으로 오랫만이 아니었나 하네요. 그러한 여유에 스스로가 만족해버리니 그 이상으로 걸음을 내딛지 않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너무나 순수하고 귀여웠던, '천사'라는 표현을 망설임없이 쓸 수 있었던 필리핀에서 만난 아이들. 커다란 눈망울에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순수함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또 바라보면서 제게도 옮겨져 오더군요. 물론 제가 "난 순수한 남자, 데헷." 뭐 이런 헛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덕분에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덕분에, 아이들에게 갈 정성과 마음은 스스로에게 향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네요.


 활동 국가가 필리핀으로 결정되었을 당시에는 실망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머릿속에는 '언제든 갈 수 있는 국가'라는 인식이 박혀있었기 때문에 좀 더 가기 힘든 나라를 갔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여행이 아닌 '봉사'를 위해 가면서도 들어버린, 웃기다 못해 가당찮은 그 생각 때문에 실망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스스로가 굉장히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필리핀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필리핀과는 또다른 필리핀을 다녀왔습니다. 필리핀뿐만이 아니라 다른 4개국으로 떠난 이들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고요.

 '관광지'로서의 필리핀이 아닌, '사람이 사는' 필리핀...이라고 해야 할까요? 낮선 이방인으로 시작했지만 아이들에겐 어느 사이엔가 또다른 가족이자 선생님, 친구가 되어준 그들 덕분에 저는 필리핀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으로 오게 되어서 다행이었고, 필리핀이었기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만났음을 축복으로 여기게 되고 헤어짐을 안타까움으로 느끼게 해준 그들 덕분에 필리핀은, 그리고 필리핀의 사람들은 너무나도 좋은 기억의 일부가 되어주었죠. 만약 관광을 목적으로 필리핀을 방문했다면 저는 이 아름다운 나라를 '팀에 목숨 건' 가이드 또는 장사꾼들의 나라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요.

 
 얼마 적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어지럽습니다-_-. 그래도 적습니다. 전 순수하지 못한 남자니까요. 정리를 해볼까~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 이 포스팅만큼은 그냥 마구마구 적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뭐랄까, 읽는 분들께 민폐긴 하지만 정리를 하지 않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도 역시나~ 드네요.




 처음에는, 귀국을 한 이후에도 팀원들이 그 시간들을 인하여 그리워할 때도 사실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갔다왔고, 다녀왔으니 끝났구나. 정말 그 생각이 끝이었습니다. 흡사 저도 그리운 척 하고 팀원들과 채팅이나 전화로 이야기할 때, 제가 가식을 떨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어요. 팀원들이 필리핀에서 그리워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추억을 남겨두고 돌아왔을 때, 저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남겨 들고 돌아왔으니 그리워할 것이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

 그런 제가 필리핀에서의 시간을 너무나 아쉬워하게 되고,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아닌 팀원들, 아니 이제는 또다른 가족들 덕분입니다. 




 음. 아마도 저만큼 서로간에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네요. 활동을 할 때는 말이 없고, 숙소로 돌아온 후에는 회의를 끝마치면 자기 바빴거든요. 그런 제 일상 덕분에 귀국하고 나서는 저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사람을 남겨오지는 못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같은 장소를 공유했지만 같은 시간을 그리 많이 공유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말이었죠.

 하지만 돌아온 이후, 날마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며 저는 뒤늦게 그들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때로는 이런 면모도 있었는가 싶어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뒤늦게 제가 가진 기억을 '추억으로서' 공유하기 시작했고,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에 대해서 아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서의 아쉬움과 후회는 저를 바꿔버리더군요. 모두는 못 했지만 그래도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먼저 연락을 하고 전화도 해보며 인연을 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때로는 먼저 걸려오는 전화들을 반가워하며 맞았습니다. 그러한 행동들이 큰 수고가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했어요. 

 



 얼마 전 다녀온 대전 MT. 많은 이들이 함께 하진 못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즐거웠던 시간.
이뿐만이 아니라 반년간 몇 차례의 모임을 가졌었고, 그때마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들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뒤늦게나마 새로운 가족들을 얻어가는 와중에 저는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 한 명이 있습니다. 코드네임 찌니. 본명은 넘어가기로 하고요 ㅎ.

 사실 찌니와 친해진 것이 저로서는 너무나 의외였습니다. 누구랑 친해졌어도 의외긴 했을 것 같지만 이 아이는 특히나 그랬어요. 10일간 이야기를 거~의 나눠보지 않았던 아이고, 활동 중에서도 제멋대로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레짐작하고는 다가서기를 하지 않았던 동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귀국 이후, 어쩌다보니 상당히 자주 새벽의 추억 팔아 수다질, 혹은 잡담을 가장 자주 나누게 된 것이 바로 저 찌니였어요. 제 본성이 키보드 워리어라 그런건지, 혹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성격이 원래대로 돌아와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달리 이야기를 하게 되면 즐겁고 대화가 잘 맞아떨어진 동생입니다. 거기다 새벽 3~4시까지 수다를 떨어줄 사람이 흔한 것도 아니었죠!

  이 소중한 동생과 나눈 이야기들 덕분에 지난 시간들을 아쉬워하게 되고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했음을 후회하여 뒤늦게라도 행동에 들어섰던 것이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굳이 그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때로는 쿨하게 일침을 놔주기도 하는 쿨한 동생.

 친하면 친할수록 되려 가까이 사는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속내를 거의 털어놓지 않는 밥군이기 때문에, 때로는 속내를 털어놔도 좋은 사람이 생겼다는 것 역시 너무나 감사하는 일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떠나서 저 아이와 친하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찌니라는 한 동생을 이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 둘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나 고맙습니다. (물론 찌니 본인의 생각은 모르겠지만요!?)   

 


 또 한가지 고마운 일을 적어보자면, MIP에서 사진 촬영을 담당했던 코드네임(...) 미카양의 일화입니다. 이건 정말 제 멋대로 감사하는 일이고 저랑 관계가 없는 일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건 감사하고 있습니다 : ).

 밥군이 생각하는 인생의 축복 중 하나는, 누군가가 인생의 전환점을 돌 때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 인생의 전환점을 돈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살면서 몇번 가질 수 없는 축복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을 때 함께 있다는 것은 크던 작던 영향을 조금은 끼쳤을 것이고, 당사자가 그 순간을 떠올릴 때면 잊지 않고 스쳐서라도 떠오를 것입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좋은 의미로서 어쩌면 평생동안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어찌 축복이 아닐 수 있을까요.

 어쨌거나 바로 그 축복을 준 것이 미카였죠.

 네. 필리핀에서 가졌던 마지막 회의에서 미카는 이 활동이 자신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다고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미카가 '재밌고 신기한' 동생에서 '고마운' 동생으로 바뀌어 버렸지요. 27년이라는, 짧진 않지만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몇 번 가지지 못한 축복을 이 동생은 제게 (본인도 모르게)선물해 주었습니다. 뭐, 결론은. 결국 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면서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러고 있다는 것?! 음?!



하루 끼니를 걱정하고 잘곳 조차 마땅치 않았던 사람들이 가득했던 Antipolo.
하지만 그곳의 아이들은 행복하냐는 질문에 웃으며 답해주었습니다.
"Yes. I'm Happy."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고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던 아이들의 행복하다는 그 한마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이별이 아쉬워 눈물을 흘렸던 순간.
뭐라고 위로를 해주긴 해줘야 하는데 남정네가 울고 있었던 덕분에 쿨하게 하던 일을 마저 해버린 밥군(...).

 

FINISH.
도착점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지점입니다.
필리핀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끝났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새롭게 얻어온 가족들을 몇 명이나, 그리고 얼마나
제 인생에서 함께 데려갈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제가 하기 나름이겠지요.
모두를 남겨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남겨 앞으로 함께 가기 위해서는 저 스스로 노력해야겠지요.
제가 달리고 있는 또다른 길은 바로 그런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서없이 한번 적어내려봤습니다. 이전에 활동 관련 포스팅을 하면서 결산을 내야겠다며 글을 마쳤는데, 이 글은 결산이라고 할 순 없겠지요. 그렇다고 정리도 아니고. 그냥 한번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다음번에 적을 때는 기억에 남는 일화나 장소, 사건, 사람들을 위주로 적어봐야겠네요 : ).

 아 정말, 본론이랑 결론이 뭔지 저도 모르겠어요. 있긴 있나? 에이, 뭐 어떠랴. 가끔은 이런 것도 좋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