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조직 생활에 있어서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개구리C 2010. 11. 29. 00:58

 학교건 군대건 회사건 하나의 조직에 들어가서 활동을 할 때, 한 사람의 역할이라는 것은 자신에게나 그 조직에게나 중요하기 짝이 없습니다.

 제아무리 훌륭한 기계라고 해도, 작은 부속품 하나가 고장나거나 탈이 나 있다면 기계 자체가 고장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굳이 더 할 필요도 없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그로 인하여 조직 전체에 부하가 걸리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업무처리는 이루어져야 하는데 담당원이 일을 하지 않게 된다면, 누군가는 그를 대신하여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업무 뿐만이 아니라 남의 업무까지 처리해야하는 그는 늘어난 업무량에 쉽게 지쳐버리겠죠. 그뿐만이 아니라 일의 효율성이나 정확성 역시 원래의 담당자가 하는 것보다는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한 부분이 쌓여가다가 결국 곪아터지게 되는 것이겠죠.


 하지만 단체가 그 구성원에게 일을 맡기지 않을 경우에도 문제가 되긴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혹자는 "일 안하고 놀 수 있으면 좋지. 무슨 배부른 소리냐" 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아무런 일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구성원 역시도 단체에서 서있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는 일이 없어서, 단체에 있어 자신의 역할과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자신이 있음으로 하여 보다 그 단체가 잘 운영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설령 자신이 갑자기 빠진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면...

 그때의 감정은 그 단체의 구성원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버거운 것일 겁니다. 기업에서 한 사람을 쫓아낼 때 쓰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아무런 업무도 주지 않고, 자리마저도 빼앗아버리는 방법이 이러한 것과 비슷한 것이겠죠? 

 하물며 그 단체가 자신이 원하여 들어온 단체라면 그러한 감정은 더 커지겠죠.

 스스로 원하여 들어간 단체인데 어떠한 역할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구성원들과는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잘 집니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다릅니다. 일을 원한다고 해도 그 때 한번뿐, 그 후에는 결국 아무런 일도 없습니다. 그가 느끼는 것은 그냥 자신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힘과 존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그는 그 단체를 탈퇴하게 됩니다.

 ...

 뭐어, 완전 제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의 제 상황과 비슷하긴 합니다. 

 제가 원하여 들어온 단체지만, 현재 제가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속한 팀의 팀장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형을 팀원을 둬서 그런지 일을 혼자서 처리하려고 애쓰고 혹은 다른 동생과 업무를 나눕니다-_-a. ...제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제가 미덥지 못한 것이라면 제가 나아지도록 노력을 해야겠지만, 이야기를 해보면 결코 그런건 아니라고 합니다. 안 하는건지, 못 하는건지... 물론 일 자체가 분담하기 꽤나 애매한 측면이 있었던 일들이 대부분이었던 것도 있긴 합니다만 ㄱ-;.

 사실상 팀 역할이라는 것의 의미 자체가 그다지 소용없어진 데다가, 아무런 일도 없으니 제가 왜 이러고 있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이런 생각까지 하는 것은 저 뿐인 듯 합니다. 

 ...사실 저도 불과 몇개월 전까진 '일 없으면 좋은거지 뭐 ㅋㅋㅋㅋ' 이러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그게 아니군요.  

 이 단체에 들어오면서 여러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으나, 이것과는 다른 측면의 문제니까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는 필자입니다만, 이번엔 단순히 사람만 만나고자 들어온 단체는 아니었으니...;; 

 다시 한번 더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좀 거쳐봐야 겠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아무래도 그만 두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일도 없고 소속감도 없어지고 무기력감까지 더해지고 있는 듯 하네요 ㄱ-...;;;